초록 |
무구(巫具)는 신성한 신(神)을 상징하거나, 신의 의도 및 행동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무속의 관념과 상징체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한 요소가 되고 있다. 충청지역의 앉은굿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무구는 경청(經廳)을 장식하는 종이무구이다. 그런데 서산, 태안, 홍성, 보령 등 충남 서북부 지역에서는 종이무구를 주로 설위(設位), 설경(設經), 설위설경(設位說經), 그리고 서류로 부르고 있다. 종이무구로는 위목(位目), 이문(泥文), 철망(鐵網), 접신(接神)을 위한 대, 부적(符籍), 고깔, 그리고 지화(紙花) 등을 들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철망(鐵網)으로 예술적 특성이 가장 강한 편이다. 그리고 종이무구는 종이 가닥의 크기와 모양, 사회ㆍ경제적 배경, 신관, 종이무구 제작자의 스승과 기능, 무경의 종류, 그리고 지역의 특성 등에 의해 차별화되고 있다. 충청지역에서 앉은굿을 하는 법사나 보살들은 설위를 제작하여 경청을 꾸미고, 종이를 가닥 내어서 만든 여러 신대를 통해 신을 강림 시켜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한다. 경청을 종이무구로 아름답게 꾸며놓고 송경(誦經)을 하는 목적은 잡신(雜神) 또는 잠재적으로 해로운 신령들을 위협하여 구축하는 데에 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설위가 잡신(雜神)을 억압하는 무경(巫經)의 시각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앉은굿을 하는 무속인들이 설진에 사용하는 종이 오리기 공예 작품은 무구(巫具)의 일종에 지나지 않으나 예술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로 무속인들의 종이 오리기 공예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립된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아주 세밀하고, 정교하고, 섬세하고, 복잡하고, 신기하고, 독특하고, 모양(문형)과 색상이 다양하여 아주 아름답게 보인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앉은굿을 하는 무속인들의 종이 오리기 공예는 전국적으로 분포했으나 지금은 충남 서해안의 내포지역인 태안ㆍ서산ㆍ보령ㆍ서천 지역에서만 일부 행해지고 있다. 게다가 종이 오리기 공예를 배우려는 4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 거의 없고, 전수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종이 오리기 공예 기술의 전승이 잘 안되고 있다. 그리하여 최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무속인들 중에서 종이 오리기 공예 기능이 뛰어난 사람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매월 90만 원 씩 지원하여 종이 오리기 공예 기능을 후세에 전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설위설경보존회 회장인 장세일(張世壹) 법사는 특히 양각방식(陽刻方式)의 종이 오리기 공예 기능이 뛰어나 1998년 7월 25일 충청남도로부터 무형문화재 제24호 설위설경 기능보유자로 지정 받았다. 그는 지금 종이 오리기 공예 작품 50여 종류와 부적 100여 종류를 시현하면서 설위설경보존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위설경(設位說經) 전수에 힘쓰고 있다. 그런데 장세일 법사의 증언에 의하면, 설위설경 전수자들마저도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무업에 전념하는 바람에 종이 오리기 공예 기능 연마를 소홀히 해 작품 수준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9년 11월 16일 현재 설위설경보존회 회원은 64명인데, 그들 중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은 5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정식으로 설위설경보존회에 가입해 장세일 법사로부터 체계적으로 종이 무구 제작 기술을 전수받고 있는 무속인은 정해남(丁海南)법사ㆍ김종일(金鍾一) 법사ㆍ조부원(趙富元) 법사ㆍ황옥순(黃玉淳) 보살 등 4명에 불과한데, 이들 중 남자 법사 3명은 공사다망한데다가 회장과의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이미 오래 전부터 설위설경보존회 사무실에 거의 나오지 않아 설위설경의 교육과 전수가 잘 안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요즈음은 굿이 간소화되어 설진을 해놓고 굿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 무속인들의 종이 오리기 공예 작품 수가 해마다 줄고 있고, 설진(設陣)에 쓰이는 종이 오리기 공예 작품은 굿이 끝나면 바로 소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으며, 무속인들의 종이 오리기 공예 작품을 전시해 놓을 공간이 부족해 종이 오리기 공예 기능의 계승 발전이 잘 안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충청남도와 태안군청에서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4호 설위설경 기능보유자인 장세일(張世壹) 법사가 적어도 30-40명의 설위 설경보존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동시에 설위설경의 전수교육이 가능하고 설위설경 관련 각종 종이 오리기 공예 작품과 부적 작품 및 각종 사료와 무속 도구의 전시와 보존이 가능하도록 방부 처리가 잘 되는 최소한 연건평 200평 정도의 가칭 태안군 설위설경보존회관을 접근성이 높은 곳에 어서 빨리 건립하고 태안마애삼존불, 패총박물관 등과 연계하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