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본고는 오늘날 환경 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비추어 '생태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인문학 분야를 연구할 필요성과 그 방법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기존의 인문학적 담론은 심층 생태학에서 보듯 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집중되어 왔고, 대체로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하거나, 인간 중심주의를 버리고 자연 중심주의ㆍ생태 중심주의 세계관을 갖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여 왔다. 하지만 이는 현대가 처한 복합적인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근대 산업 혁명 이후 우리는 기술의 산물, 즉 인간이 만든 기계, 건물, 도로, 공장, 댐, 항만 등 자연을 가공한 물리적 인공 환경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 연결망으로 연결되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어서 인류 전체를 망으로 연결하는 제3의 환경 층위가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환경 문제는 인류가 자연, 기술, 지식 등과 같은 다차원의 환경에서 어떻게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의 새로운 대응을 '생태 인문학'(Eco-humanities)으로 개념화했다. 생태 인문학은 모든 생물체가 자연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집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생태학적 사고와 인간 삶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하는 인문학을 결합한 것이다. 즉 생태 인문학은 인간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다루되, 인간을 그 자체로서 고립적으로 고찰하지 않고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고찰하는 학문이다. 이때 전근대 전통 사회에서는 '자연'이, 근대 산업 사회에서는 '기술'이, 탈근대 지식 사회에서는 '지식'이 인간의 주된 환경 층위로 부상하는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모든 시대에서 자연, 기술, 지식의 세 층위를 추출할 수 있고 이것들은 중층적으로 얽혀 있는데, 다만 시대별로 주도적 층위가 달라질 뿐이고, 주도적 층위로 부상하기까지는 인간의 사회와 역사를 규정하는 힘으로서 표면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연구 방법론으로는 학제적 연구, 통시적 접근, 공시적 접근, 비교학적 접근, 한국적 시각 등을 들 수 있다. 본고에서 제안된 생태 인문학은 확립된 이론틀이라기보다는 '작업 가설'의 성격을 갖는다. 그리고 생태 인문학은 인간과 생태계의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에 대한 도덕적 관심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