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3월 우수전문가 동향보고서(KOSEN Expert Insight)# 이 자료는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에 계신 이승준박사님 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1. 암은 정복의 대상인가? 베이스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연주를 들으면 그 묵직하고 깊은 음색이 전해주는 울림과 함께, 수면유도 및 입덧완화 치료제인 탈리도마이드 부작용[해표지증(phocomelia): 사지가 짧은 선천성 기형]으로 태어나 성악가로 성장하기까지 그의 노력과 가족의 헌신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감동이 더해진다[1]. 그리고, 독일에서 출시된 탈리도마이드 제품의 미국 내 판매(제품명: 케바돈Kevadon)를 재고하게 만든 FDA 승인 과정에서의 프랜시스 캘시의 영웅적 노력에 대한 뒷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 펼쳐진다. 1950~60년대의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치료제 개발의 안정성과 유효성 검증을 위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제조관리기준)가 확립되는 계기가 되었고[2], 인체 생리활성을 고려하여 개발한 치료제의 효능과 안정성 검증, 정밀의료,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이 더해지는 현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현재 인류를 위협하고 높은 사망률에 기여하는 가장 심각한 질병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암이다. 미국 정부가 2017년까지 2년간 약 1.2조원을 투자하여 예방 및 암 백신 개발, 초기 암 진단, 암 면역요법 및 병용요법 개발, 암 유전체 분석을 골자로 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National Cancer Moonshot Initiative)를 추진하였다. 1971년부터 이미 국립암연구소의 역할을 강화하며 암 정복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지만, 암 정복을 위한 여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3, 4].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지금까지의 투자와 노력에 비해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고 완치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수십 년간 투자와 연구를 통해 우리는 암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이해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우리 몸에서 암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 있을까? 암을 치료하고 효과적인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암의 생리적 활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랜시스 캘시가 케바돈의 FDA 승인을 반려시킨 건, 인체의 수면유도 효과가 마우스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출발해서 안정성을 입증할 과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다. 우리 몸 안에서, 섭취한 영양과 산소를 공유하며 공생하는 암을 단순한 제거와 사멸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을 넘어, 내 몸의 일부로서 인체 생리활성을 고려한 포괄적 이해가 가능할 때, 더 이상 위협적인 병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관리만으로도 제어 가능한 질병으로 전락시킬 수 있을 것이다. 2. 암 생리활성의 이해 2.1. 암은 내 몸의 일부: 암 생리활성의 포괄적 이해 암의 발병, 전이, 침습, 항암제 내성, 재발 등의 주요 특질은 암세포의 비균질성(heterogeneity)에서 비롯된다. 종양 내 다양한 세포 군집은 증식, 대사작용, 면역력, 전이 및 침습성에서 서로 다른 성질을 보인다. 항암치료로부터 생존한 세포의 항암제 내성 획득, 암 줄기세포의 영향력, 면역회피 등 암세포의 특이적 생존 기작을 통해 항암치료는 실패, 재발과 재확산으로 빈번하게 이어진다. 발병한 암은 외과적 수술을 통한 제거, 암의 세포분열과 대사 활동을 저해함으로써 사멸시키는 방사선치료 및 화학항암치료, 호르몬 조절, 유전자 발현 저해, 그리고 암 신호전달 억제, 신생혈관 억제를 통한 표적항암치료, 면역감시를 회피하는 암의 전략(암 항원 발현 감소, 수지상세포, T 면역세포 및 자연살해세포 활성 저해, 종양 미세환경 변화 등)을 무력화시키는 면역항암치료와 이들의 병용치료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완치가 어렵고 재발하여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암이다. 파편처럼 순환계를 돌아다니거나 잠복해 있는 발암의 씨앗들을 찾아내 공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우리 몸의 일부로서 유기적 관계 안에서 암의 생리활성을 이해하고자 한 연구 결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암 치료의 핵심 실마리는 암 생물학의 정확한 이해를 통해 가능하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이다(그림 1-1). 1) 암의 원인에 대한 논란이 주는 시사점 2015년, 버트 보겔스타인 박사와 크리스찬 토마세티 박사 연구팀은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암의 주된 발병 원인이 세포분열 무작위 오류의 결과임을 제시하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 3월, 줄기세포 분열 시 발생하는 무작위 오류가 유전, 환경 요인보다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논문으로 기존의 주장을 재확인하였다[5, 6]. 하지만 우연에 의한 외부 요인이 세포의 무작위적 돌연변이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실제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학연구 결과가 아직 없으며, 암이 불운의 산물임을 반박하는 연구 논문들은 이 논쟁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암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단하고 다각적인 치료로 접근해야 함을 객관적으로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암 생물학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함을 재확인할 수 있다.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단지 치료 가능한 질병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로서 암이 갖는 개인적, 사회적 함의에 대해 재고할 필요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2) 세포 의사소통의 도구를 암 진단과 치료에 응용 세포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s, EVs)는 대부분의 세포가 세포외 환경으로 분비하는 세포막성 소낭으로 단백질, 지질, 핵산[DNA, circulating cell-free DNA(cfDNA), mRNA, microRNA(miRNA), long non-coding RNA(lncRNA)]을 수하물로 탑재하여 인접세포 및 원거리세포에 선택적으로 자가분비, 인접분비, 근접분비 되먹임 고리 기전을 통해 의사소통(신호전달)을 매개하는 주요 수단이다. 세포외 소포 중 주로 엑소좀(exosome)과 분비성 미세소포(shed microvesicle, sMV)를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는데, 암세포도 예외는 아니다. 진단 기술 및 분별원심분리 기법의 발전으로, 암세포가 내뿜은 엑소좀 및 분비성 미세소포에 존재하는 암 특이적 표식을 검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과학자들은 암세포의 특이한 소통과 대화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7, 8]. 엑소좀과 분비성 미세소포가 매개하는 단백질과 핵산들은 암의 상피간엽이행을 유도함으로써 암이 침습, 전이의 특질을 갖게 하는 데 기여한다. 때문에 우리 몸의 모든 체액(눈물, 소변, 땀, 침)에서 발견되는 세포외 소포, 순환종양세포(circulating tumor cell, CTC) 및 순환종양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는 암 진단의 새롭고 효과적인 바이오마커로서 활용되고 암 치료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진단 기술의 발전과 액체생검(liquid biopsy) 속에 존재하는 암 세포외 소포와 이들이 탑재하고 있는 수하물들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기술이 미세유체 시스템과 융합되면서 소형화, 정확성, 편의성 면에서 개선되고 있다. 생체재료적합도 향상,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PDMS 기반 미세유체 시스템 소자들의 표준화가 이루어지면, 대량생산 및 상품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비침습적인 방법 면에서도 개선된 암 진단 도구의 플랫폼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3) 암 미세환경, 상피간엽 리프로그래밍, 암 대사작용 리프로그래밍 암은 간질세포, 신호물질, 다양한 세포외 기질로 구성된 비균질적 미세환경과 신호를 주고받으며 생존에 유리하게 종양 미세환경을 재조정한다. 암 연관 섬유아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 (CAF)], 종양기질세포, 혈관내피세포, 종양 내 산소 농도, pH, 세포외 기질의 구성 및 경직도가 유기적으로 암의 생장과 본질에 영향을 준다. 암 관련 상피간엽이행은 분화된 상피 암세포를 미분화 상태로 탈분화하여 대사작용, 후성유전, 분화 측면에서 포괄적 리프로그래밍이 이루어지는 과정이고, 그 결과의 하나로 이동성과 침습성을 갖게 된다. 상피간엽이행 과정 또한 암 미세환경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상피간엽이행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9]. 해당과정을 통한 산화적 인산화 과정으로 ATP를 생산하는 정상 세포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