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1. 서론 2016년 6월 미국 FDA는 비소세포폐암 EGFR 표적치료제인 얼로티닙(Erlotinib, 제품명: Tarceva)에 대한 동반진단 검사법인 코바스 EGFR 변이 검사 v2(Cobas EGFR Mutation test v2)를 승인했다. 로슈분자시스템(Roche molecular system)이 개발한 이 검사법은, 조직생검이 어려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혈액 내 ctDNA로부터 EGFR 유전자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엑손 18의 G719X 치환 변이, 엑손 19의 결실 변이, 엑손 20의 T790M, S768I 치환 및 삽입 변이, 엑손 21의 L858R, L861Q 치환 변이 등 총 42개의 변이를 검출할 수 있다. 혈중 ctDNA(circulating tumor DNA, 순환종양 DNA)의 검출, 분석 기술의 FDA 승인은 액체생검 시장 확대의 신호탄이 되었다. 지노믹헬스(GenomicHealth)도 ctDNA를 검출하여 악성종양의 변화와 치료 반응, 내성과 연관된 4가지 형태의 유전자변이를 분석하는 검사법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셉트(Biocept)는 ctDNA 및 순환종양세포(circulating tumor cell, CTC)를 모두 검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EGFR , KRAS , ALK 변이분석 검사법을 개발하고 있다. 트로바진(Trovagene)은 소변과 혈액 내 ctDNA를 분석하여 비소세포폐암 발암 유전자 EGFR , KRAS , BRAF 변이 검사, 암의 치료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미세유체시스템 기반 순환종양세포 및 엑소좀(exosome) 분리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더 이상 액체생검은 불과 몇 년 전에 예측했던 미래 유망 기술이 아니다. 액체생검을 활용한 연구 결과와 제품 개발에 대한 보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암 줄기세포 연구, 암 유전체, 암 대사작용, 암 미세환경 리모델링, 면역감시 균형을 활용한 면역 항암제 개발, 일주기 리듬을 고려한 항암치료,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한 항암제 약물대사 조절 및 대사산물의 중요성, 엑소좀을 통한 암 신호 교환, 전달 등 암 생물학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항암제 개발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암은 질병에 의한 사망률에서 수위를 내어주지 않고 있다. 전이성암에 대한 이해 부족은 전이암을 표적으로 한 약물 개발의 한계를 가져오고, 인체 생리활성을 고려한 전임상시험 모델이 없다는 것 또한 항암제 개발을 더디게 하는 주원인이 된다.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서, 액체생검의 임상적 응용 잠재성과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특히 순환종양세포 분리 기술의 최신 동향과 임상적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폐암 모델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향후 동향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2. 본론 2.1. 액체생검 2.1.1. 조직생검의 임상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액체생검 인체의 혈액, 뇌척수액, 침, 땀, 소변, 객담, 흉수(흉막 삼출액, pleural effusion) 등 다양한 체액에는 임상적으로 가치가 높은 검체가 존재한다. 체액 내 존재하는 검체를 액체생검(liquid biopsy)이라 한다[1]. ctDNA, 엑소좀, 순환종양세포가 대표적인 액체생검이다. 체액 시료의 임상적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왔지만, 이를 검출하는 기술의 한계와 생물학적 분자 기작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체액 내 극히 낮은 농도로 존재하는 핵산, 단백질 및 특정 세포들의 분리, 분석 기술이 발전하고 ctDNA, 엑소좀, 순환종양세포와 같은 검체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체액 내 잔존하는 이들의 임상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조직생검(tissue biopsy)은 암 진단 시, 병리생리학적 판단의 표준 기준이 된다. 하지만 종양은 성상, 세포주기, 유전변이, 분화, 약물 반응성 면에서 다양한 세포 집합체이기 때문에, 종양의 국소 부위를 분석하는 조직생검은 원발암의 특질을 모두 대변할 수 없다. 때문에 진단과 치료 결정에 한계가 있다. 대개 침습적인 방식으로 검체가 준비되고, 그마저도 발암 부위에 따라서 제한적이기도 하다. 반면, 액체생검은 원발암의 정보를 간직하고 있고 비균질적 전이성암의 분자 수준의 다양성을 포착해낼 수 있다.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암의 조기진단, 항암치료 반응 모니터링, 재발 및 예후 예측이 가능하다. 액체생검으로부터 확보한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임상 가이드라인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밀의학,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현재까지는 임상적 가치가 높은 액체생검 중 ctDNA, 엑소좀, 순환종양세포에 대한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하다. 순환종양세포는 체외배양을 통해, 실험관 수준에서 원발암 모델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임상적 가치가 매우 높다. 순환종양세포를 통하여 인체 생리활성을 재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배양된 세포 집합체는 미세유체시스템, 3D 바이오프린팅, 유전체 분석 기술과 접목되고 있다. 순환종양세포 기반 종양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통해 항암제 스크리닝 및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2.1.2. 액체생검의 임상적 가치 액체생검은 조직생검의 한계를 보완할 뿐 아니라 다양한 활용 잠재성이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액체생검이 상용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들도 남아 있다(표 1). 표 1. 액체생검의 활용 잠재성과 한계점 액체생검의 활용과 한계 활용 잠재성 비침습적인 검체 준비 암 조기진단 가능 전이성암의 분자적 비균질성 포착 가능 암의 발병, 진행 중 유전변이 규명 및 추적 가능 치료 과정 중 암의 병리, 생리적 변화 반응 모니터링 가능 약물내성 및 재발 예측 가능 조기진단, 치료 반응 모니터링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 결정 지침 마련 가능 유전체 프로파일링 기반 맞춤치료, 정밀의학 가능 한계점 액체생검 내 시료 분리 기술 및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한계 액체생검(ctDNA, 엑소좀, 순환종양세포 등)의 기초생물학, 분자 기전 이해 부족 비균질적인 순환종양세포의 분리, 검출, 분석, 배양 기술의 한계, 표준화 방식 부재 액체생검은 검증된 신속한 진단을 통해 환자 치료 결정을 개선하는 것 이상으로 가치가 높다. 그중에서도 체외배양을 통해 다양한 암의 모델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순환종양세포의 임상적 가치가 더해진다. 암 모델링을 통해 암 생리활성 이해의 차원을 높이고, 항암제 개발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하다. 원발암에서 비롯된 순환종양세포는 모세포의 성질을 간직하고 있어서, 암세포 클론 다양성을 이해하고 암 진행 또는 치료에 따른 암세포 클론 진화(clonal evolution)를 포착하는 데 주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암의 진행과 전이, 항암제 내성, 재발 과정을 고려한 치료 접근을 위해서 순환종양세포의 생성, 이동, 면역체계 교란, 확산, 전이 정착 기작을 분자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그림 1). 그림 1. 순환종양세포의 생성, 전이, 확산, 잠복, 전이 정착[2~5]. 다양한 세포로 구성된(클론 다양성) 고형암 세포 중 일부가 혈관 내 침투(intravasation)를 통해 혈류를 순환하기 시작함. 상피간엽이행(EMT)를 거친 암세포 및 상피성 암세포는 종양 혈소판(TEP, tumor-educated platelet), 대식세포, 활성 기질세포와 융합된 상태로 혈관 내로 들어가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형의 순환종양세포로 존재함[3]. 암세포 자체의 손상, 사멸 상태 및 순환종양세포 군집(circulating tumor microemboli) 유무에 따라서 추가적인 비균질적인 성향을 보임[5]. 면역 저항성을 획득한 순환종양세포는 암 친화성 니치 환경을 조성하고 간엽상피이행(MET)을 통해 혈관 외 침투(extravasation)하고 정착하게 됨. 잠복기를 거쳐 거대 전이(macrometastasis)를 일으키기도 하고 전이 촉진 신호와 생존 신호를 조절하면서 항암제 내성을 획득하고 암 클론 진화를 거치기도 함. 순환종양세포는 완전한 전이 정착(overt colonization)에 이르러 임상적 병변으로 나타나기까지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함. 따라서 전이성암 치료를 위해서는 순환종양세포의 생존, 진화, 종양 생성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 기작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