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초기 인류의 행동이 변화하고 적응력이 촉발된 것은 격동하는 복잡한 환경요인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십만 년 동안 동아프리카의 리프트 밸리(East African Rift Valley)에 살았던 초기 인류는 환경의 혜택을 많이 누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지역의 담수호는 안정적인 물 공급원이었고, 초원에는 풀을 뜯는 대형 초식동물들이 많이 서식했다. 그러다 약 40만 년 전에 상황이 바뀌었다. 환경은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인류 조상들은 이전의 오랜 삶의 방식에 도전하는 새로운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은 동아프리카 협곡의 100만 년 환경 역사가 담긴 퇴적층 드릴 코어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당시 식생과 물 공급 상황이 빈번하게 바뀌면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가 좀 더 어려워지자 초기 인류는 이에 상응해 옛 도구 대신 더욱 정교한 기술을 갖게 됐고, 교역망도 넓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1일 자에 발표됐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인간 기원 프로그램’ 책임자인 리처드 포츠(Richard Potts)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동아프리카 리프트 밸리 지역(지금의 케냐) 전체에 걸쳐 일어났던 장기간의 불안정성과, 이 지역 초기 인류들이 그런 환경에서 겪었던 진화 상의 주요 행동 및 문화적 변화를 설명했다. 이 연구는 주변의 기후와 토지, 생태계의 불안정성이 인간의 적응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특성과 행동 발달의 핵심 동인임을 시사한다. 70만 년 동안의 생활방식, 환경 변화로 바뀌어 포츠 박사팀은 2018년 동아프리카 리프트 밸리의 구석기 유적지인 올로지사일리(Olorgesailie)에서 수집한 유물을 기반으로 이 같은 행동 및 문화적 변화를 기술했었다. 포츠 박사팀과 케냐 국립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올로지사일리에서 수십 년 동안 연구한 결과 이 지역의 초기 인류는 70만 년 동안 같은 도구인 돌 손도끼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 초기 인류의 생활 방식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생존을 위해 취해야 할 행동이나 전략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약 32만 년 전부터 이들은 활이나 창같이 던지거나 쏘는 투사체를 포함해 더 작고, 더 정교한 무기가 제작되는 중석기시대로 접어들었다. 동시에 이들은 멀리 살고 있는 그룹과 자원을 교환하고, 색을 내는 재료를 사용해 상징적인 의사소통을 했다. 포츠 박사는, 이런 모든 변화는 이전의 생활방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초기 인류가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츠 박사는 “인류 진화의 역사는 환경 적응력을 증가시킨 역사였다”며, “고인류는 여러 가계도에서 내려왔지만 인류로서 존재하기 위한 다른 방법들은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여러 고인류 중 한 갈래만 남았고,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적응력이 높은 종일 것이라는 것. 지각활동으로 환경 변화돼 혁신으로 적응 일부 과학자들은 기후 변동만으로 인류가 놀라운 적응성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이번 새로운 연구는 전체 그림이 더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기후 변동성은 2018년에 기술한 문화적 변화를 주도한 여러 얽혀 있는 환경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새로운 분석에서는 변화하는 기후가 지각활동에 의한 새로운 토지 단층, 식생 및 동물군에서 일어난 생태학적 붕괴 등과 함께 어떻게 적응력의 세 가지 핵심 요소인 기술 혁신과 자원 교역, 상징적 의사소통을 이끌어낸 ‘혼란’을 야기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유적지 인근의 쿠라 분지(Koora basin)에서 코어 드릴링을 통해 최대한 땅속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가 퇴적물을 추출했다. 케냐 국립박물관과 올도뇨 니오키(Oldonyo Nyokie) 지역사회의 지원과 참여하에 깊이 139m 지름 4cm 원통 드릴로 퇴적층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100만 년 동안의 환경 역사가 담겨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연구팀과 전 세계 수십 명의 협력 연구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 퇴적 기록물은 가장 정확한 지난 100만 년 동안의 아프리카 환경 기록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과 코어의 여러 층에서 식물과 미생물이 남긴 화학 성분과 퇴적물의 변화를 분류해, 시간에 따른 풍경 모습과 기후 특성을 재구성했다. 분석 결과 이 지역은 오랫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다 지각활동이 경관을 크게 변화시킨 40만 년 전에 환경 가변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드릴 코어 정보를 화석 및 고고학 유물에서 얻은 지식과 통합해 이 지역 전체 생태계가 그런 변화에 대응해 진화했음을 확인했다. “적응성이 인류 진화의 특징”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이 지역의 초원 일부는 지각활동으로 인해 단층선을 따라 갈라지면서 작은 분지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역은 전에 있었던 큰 호수 분지보다 강우량 변화에 더욱 민감했다. 고지대에서 물이 흘러내려와 호수를 형성하기도 했으나 강우량이 적으면 물이 마르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강수가 더 가변적이었던 기간에 발생해 물 공급이 자주 그리고 극적으로 바뀌었다. 그에 따라 생태계도 광범위하게 변화했다. 연구팀은 식생이 반복적으로 바뀌어 초원이었다가 우거진 수풀로 번갈아 변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와중에서 더 이상 먹을 수 있는 풀이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대형 초식동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더 다양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작은 포유류로 대체됐다. 포츠 교수는 “초기 인류의 행동이 변화하는 기간 동안 동물군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고, “동물들은 또 먹이 식물의 종류를 통해 환경에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때 인류도 발사체 무기와 같은 몇몇 혁신을 통해 동물군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것들은 모두 전체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졌고, 인류도 그 일부분에 속해 있었다. 포츠 교수는 적응성이 인류 진화의 특징이지만,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와 인위적인 생물다양성 손실로 인해 지구가 겪고 있는 전례 없는 변화를 견뎌낼 능력이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