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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가에서는 ‘극한’으로 시작되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도전적이고 극단적인 조건의 일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극한의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극한 환경은 생물의 생장 가능 범위 외의 지역을 말한다. 매우 건조한 사막, 화산과 같은 지리적 극지를 비롯하여 여러 지역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극한 환경에서는 생물이 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한 환경에서도 생물은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심해의 생물들이 있다. 심해는 2킬로미터(km) 이상의 깊숙한 바다로, 높은 압력 때문에 극한 환경으로 불린다. 식물은 존재하지 않고 동물만 존재하고 있는데,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바로 이 바다 깊은 곳에서 외계 생명체의 단서를 찾았다고 밝혔다. 카리브해 해저에 사는 일명 ‘극한 새우’(Extreme Shrimp)가 외계 생명체를 찾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문링크) 극한 새우는 2013년 듀크대학교를 비롯한 공동 연구팀이 최초로 존재를 확인하였다.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 뜨거운 물이 해저의 지하로부터 솟아 나오는 구멍이 있는데, 바로 이 심해 열수공 인근에서 주로 서식하는 생물이다. 이 열수공 주변의 온도는 섭씨 400도(℃)에 달하지만, 분출 되자마자 극한 새우가 생존하기 적합한 온도가 된다. 연구팀은 해저 2300미터(m), 4900미터(m)의 열수공 두 곳의 광범위한 표본을 채취하여 조사하였다. 그 결과, 황화수소 농도가 매우 짙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황화수소는 독성이 강해 생명체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극한 새우는 오히려 이 황화수소를 생존에너지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었다. 산소가 풍부한 일반적인 해저와 황화수소가 풍부한 해저가 겹치는 중간지점을 자신의 서식지로 삼았다. 새우가 주된 먹이 및 에너지로 활용하는 박테리아와 효과적으로 공존하기 위함이다. 매우 많은 수가 밀집하여 서식하고 있었고, 박테리아가 생산한 탄수화물을 함께 흡수하고 영양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 새우는 몸집이 매우 작고 앞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머리 뒤쪽에 있는 온도수용감각기를 통해 주위 환경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극한의 온도와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외계생명체를 탐색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얼음 표면 아래 거대한 호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찾는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연구진, 남극 대구 유전자 최초 해독 지난 9월에도 이와 관련하여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남극 고등생물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 분석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극지연구소 박현 박사팀을 비롯, 미국과 호주 등의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원문링크) 연구된 남극어류는 극지의 저온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몇가지 특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특한 생리현상을 가지고 있었고, 저온 적응을 위한 특이적 지방대사 경로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환경 특이적 면역체계와 골격형태를 위한 유전적 변이 역시 가지고 있었다. 남극 해양은 연중 수온이 평균 섭씨 영하 1.9도(℃)로 222종의 남극 고유종 어류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77퍼센트(%)는 남극 대구가 차지하고 있다. 유전체 연구가 완성된 남극 대구는 행존 가능 온도가 섭씨 8도(℃) 이하인 극저온성 어류이다. 약 100만 년전부터 큰가시고기(Stickleback)와 분리되어 남극환경에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총 3만 226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중 1만 3123개의 유전자는 남극대구의 고유 유전자로 밝혀졌다. 어류는 상대적으로 유전체 크기가 작음에도 척추동물과 유사한 유전적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전체 연구의 좋은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동상 치료, 고지혈증 치료, 면역치료, 골다공증 연구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극이라는 추운 환경에 적응된 남극 대구의 유전자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한파와 폭설 등 이상저온에 의한 수산 양식의 피해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저 열수구에 사는 생물은 계속 발견 지난 2012년에는 남아메리카와 남극대륙 사이의 바다 밑에 있는 대양저산맥을 탐사하던 무인잠수정 이시스호가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바로 ‘예티 게’이다. 수심 2600미터(m) 지점에 있는 해저 열수구에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이다. (원문링크) 해저 열수구는 바다 밑에 있는 활화산인데, 해저수온은 섭씨 0도(℃)로 생물이 살기에 비교적 적합하지만 열수구에서 나오는 열수는 섭씨 323도(℃)로 아주 뜨거워 보통 생물은 살 수 없다. 예티 게는 바로 이런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극한 생물 중 하나이다. 빛이 없고 온도도 높은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예티 게가 선택한 방식은 바로 몸에 직접 식량을 키우는 것이다. 예티 게는 몸에 잔털이 나 있는데, 바로 이 잔털이 먹이인 박테리아를 기르는 일종의 농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환경에 따라 스스로 진화했고, 계속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극한 생물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50년도 채 되지 않았다. 토머스 부룩 박사가 1967년 처음으로 극한 생물의 존재를 학계에 공식 보고한 것이 계기이다. 이후 극한 생물은 신종 생물 발견의 의미 뿐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넓게 응용되고 있다.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극한 생물이 극한 환경에 적응하는 비결인 ‘극한 효소’를 이용하면, 인류 역시 극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극한 미생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에너지원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