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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산업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현재 건설 중인 부산의 심해공학수조와 거제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를 차질 없이 완공해 부산 경남권의 해양플랜트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계획입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Korea Research Institute of Ships and Ocean Engineering)가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된 기관으로 공식 출범했다. 지난 1월 해양플랜트 산업의 발전과 기술파급효과를 위해 부설연구소로 승격된 후, 공식 기념식을 가진 것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역사는 40년 전인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덕연구단지 배뜰골에서 개소한 후, 국내 조선산업의 기술개발의 견인차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이후 새롭게 요구되는 친환경 미래선박기술 등의 연구에도 두각을 나타내며 지금에 이르렀다. 조선기술 없이 해양플랜트 어려워 40년 전 선박 시장이 주로 조선의 건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현재는 친환경 선박과 해양플랜트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하는 각국의 노력이 더해지는 만큼 선박 분야도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육상자원이 고갈됨에 따라 해양자원의 개발은 상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선박과 해양플랜트가 엄연히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대중들은 두 산업의 구분을 혼란스러워 한다. 조선산업은 이름 그대로 배를 짓는 것을 의미한다. 수송의 개념이 강한 선박인 반면 해양플랜트 산업은 자원개발과 공간의 개념이 강한 기술이다. 심해 및 해저, 혹은 극지 환경에서 자원개발을 할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해양레저와 해양관측기지로 역할 할 뿐 아니라 LNG 기화 시설을 해양으로 유도해 혐오시설에 대한 님비현상도 해결해 준다. 서상현 소장은 “두 분야는 엄연히 다르지만 조선기술이 없다면 해양플랜트 기술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40년 전, 우리 연구소가 설립됐을 때 국가경제를 이끌 기간산업으로서 조선산업이 장기간 프로젝트로 진행됐어요. 조선입국(造船立國), 즉 배를 지음으로써 나라를 세운다는 기치를 내걸고 대전연구단지에 연구소가 세워졌죠. 처음에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출발했지만 10년, 20년, 30년이 지나면서 선박 설계부터 중요한 기자재 개발까지 조선 과정의 약 95% 이상을 국산화에 성공했어요. 그리고 이제, 해양플랜트산업 시대에 서 있습니다. 해양플랜트란 협의로는 바다 밑의 기름을 끌어올리는 시추선 역할과 광의로는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응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해양플랜트 분야는 조선분야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요. 땅 밑 깊은 곳까지 드릴을 통해 석유를 끌어올리는 기술이 결코 간단하지 않거든요. 얼마큼의 깊이를 뚫어야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기술을 적용 됩니다. 1천 미터 깊이와 2천 미터 깊이는 설계가 들어가는 시작점부터 아예 다르거든요. 우리만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해양플랜트산업은 선박해양연구소의 4대 중점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는 기술이다. 신흥국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해양유전 개발을 위한 해상 거대 시추구조물 설치가 늘어남에 따라 해양플랜트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6.7%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5천억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미래 관련 업계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점쳐진다. 해양플랜트산업, 국산화율 높여야 우리나라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총 8단계로 나뉘는데, 이 중 건조(建造) 분야에서만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전․후 단계의 기술력 분야에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아직 취약한 점이 많아요. 때문에 이번 우리 연구소가 전문기관으로서 출범하게 된 거죠. 앞으로 우리 연구소가 선박에 기반을 둔 기술을 계속 진행해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부산에는 심해공학수조를, 거제도에는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를 진행 중입니다. 성공적으로 완성시켜야죠.” 해양플랜트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드릴링(drilling) 기술이다. 바다 속 수 천 미터 깊이까지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기술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를 짓기 전 엔지니어링 디자인 단계가 매우 중요한데 드릴링 기술이 이에 속한다. “고급기술인 만큼 이를 보유한 타 국가 역시 기술 유출에 매우 민감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취약한 점은 우리나라에 유전이 없다는 것입니다. 해양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짓는다 해도 테스트 할 곳이 없는 거죠. 때문에 유전은 있지만 기술이 없는 나라와 상호 호혜적인 방법을 물색 중에 있어요.” 결국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게 답이다. 현재 해양플랜트 기자재 분야의 국산화 비율은 25% 안팎으로 조선기자재 국산화율이 9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서상현 소장은 “국내 일부기업에서 해양플랜트 기자재를 생산 중에 있지만 대부분 조선 전기전자 장치, 케이블, 선박 블록 등에 불과하다”며 “고압 및 특수재질과 계장용 밸브, 전동기, 전기 패널, 고사양 펌프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기자재의 국산화가 어려운 이유는 요구사양이 매우 까다로울 뿐 아니라, 이러한 기술력과 제품 공급을 위한 인증을 갖춘다 해도 ‘오일메이저 공급업체 등록’ 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히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자재 업체 중 글로벌 오일메이저 공급등록 업체가 적다보니 관련 절차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실정이에요. 또한 오일 메이저들이 발주단계부터 특정 제품을 지정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됩니다.” 서 소장은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기자재 품목을 선정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주의 옵션과 선호도에 따라 확대 적용에 제한을 받는 품목은 선주와의 계약단계부터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합니다. 더불어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핵심 기자재는 공동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해요. 해양플랜트 기자재 중 독자개발이 어려운 분야는 정부 기관이 구심점 역할을 해서 해양플랜트산업기술센터와 대형조선소, 기자재 업체 및 대학이 참여해 공동 개발한 뒤 적용하는 시스템이 효과적이겠죠.” 마지막으로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의 고 유기능인 성능시험과 인증 등을 활용해 국산 기자재에 대한 국제표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서 소장은 덧붙였다. 친환경․높은 에너지 효율의 선박 건조 기술 친환경 선박건조 역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서상현 소장은 “우리 연구소는 해양과기원과 극지연구소처럼 바다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상기 두 기관과 달리 해양기초과학이 아닌 해양공학과 관련된 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런 점에서 선박분야를 이해할 수 있어요. 현재 선박 분야는 운항과 건조에 대한 국제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선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죠. 최근 조선해양기술의 메가트렌드는 환경, 안전, 에너지 절감의 세 가지 분로 분류되고 있어요. 이 중 환경과 관련한 조선기술은 해양대기환경과 해양수중 환경 두 가지로 분류해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에너지설계효율지수(EEDI, 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건조단계부터 제시된 지수를 만족해야 하는 매우 강력한 규제다. EEDI는 엔진과 성형, 추진기와 선박기자재 등 전 분야에 걸쳐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하나의 지수로 환산, 선박 전체의 온실가스배출량을 갈음하는 표준화된 지표인 셈이다. “친환경 기술은 환경보호 관점에서 조선산업을 유지․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기술이에요. 우리 연구소는 온실가스저감을 위한 친환경 선박기술 개발을 위해 오래 전부터 기존 연구시설의 한계를 예측해 세계수준이 핵심 인프라 구축을 시도했어요. 이를 통해 대형캐비테이션 터널과 빙해수조 등을 확보했죠. 앞으로 세계적 수준의 선형시험 수조를 구축해 EEDI 저감을 위한 고효율 선형개발을 수행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저감과 관련 고효율 선박 기술개발을 통한 에너지 절감, 친환경 추진기 및 방향타 설계기술 개발, 에너지절감장치(ESD, Energy Saving Device)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그린쉽(Green Ship) 단계에서 한 층 발전된 클린쉽(Clean Ship) 기술개발을 로드맵으로 갖고 있어요. 이는 지구적 환경과 안전을 고려하는 거죠.” 이러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국내 해양플랜트 원천기술개발에 연구소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서상현 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계 근접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전반적인 지원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표준기구(ISO) 등의 국제활동을 강화해 국제표준을 선도할 것입니다. 해양사고 기술지원 등 공공지원 서비스도 강화해 대국민 해양안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해양기술의 중심, 개방과 협력의 열린 연구소록 도약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