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나노입자 표지 기술로 NK세포 이동경로 및 분포 관측 암세포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면역세포가 하나 있습니다. 이름도 살벌한데요. A.K.A Nature Killer cell. 자연살해 세포 혹은 NK세포라고 불리는 세포입니다. NK세포는 선천적인 면역을 담당하는 혈액 속 백혈구의 일종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키는 최전방 공격수로 알려졌습니다. 암세포의 발생과 증식, 전이를 막는 것 이외에도 암 줄기세포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재발 방지 기능까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NK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다른 면역세포들보다 NK세포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러스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NK세포를 최전방 공격수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공격에는 성공하진 못한 상태입니다. NK세포가 실제 치료제로 사용되기 위해선 세포가 갖는 치료 성능뿐만 아니라 인체 내에서 어떻게 이동하며 분포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선 NK세포의 이동을 실시간, 정량적으로 관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외부 물질을 세포 내부로 받아들이는 기능이 없는 NK세포의 경우 표지(標識)*가 어려워 이동 경로 및 분포를 밝혀내기가 최대 난제로 꼽혀 왔습니다. (* 표지: 물질이나 생체 내에서, 특정한 물질이나 원소의 이동을 추적·구분하기 위해 표시하는 방법) 그런데 최근 NK세포의 이동경로 및 분포를 관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KBSI와 한국화학연구원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로 이 난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큰데요. 논문의 제1저자인 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박혜선 박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최대 난제, NK세포에 표지(標識)를 삽입하라 앞서 말했듯 NK세포는 여러 면역세포 중 특이적인 항원 없이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를 만나면 스스로 인지하고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유일한 면역세포입니다. 때문에 다른 면역세포치료제와 달리 NK세포를 기반으로 한 항암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했을 때 안전성과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나 NK세포는 산으로 치자면 높은 산 중에서도 가장 험한 산에 속했습니다. 정상 탈환을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했는데요. 박혜선 박사는 NK세포가 매우 까다로운 성격의 세포라고 정의했습니다. “우선 아주 소량으로 존재하는 NK세포를 고활성·고순도로 분리하고 대량 배양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어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스크리닝 과정을 보다 빠르고 정확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포 자체의 핸들링이나 엔지니어링이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NK세포는 다루기 까다로운 성격의 세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NK세포 치료제의 개발 속도를 더디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장 문제가 된 건 NK세포의 치료효과나 안전성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치료제로서 어떤 물질을 생체 내 도입하려면 체내 분포나 대사, 배설, 약리효과 등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어야만 하는데요. 이를 위해선 표지(標識)가 필요합니다. 표지는 표시나 특징으로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하는 물질이나 행위 자체를 말하는데, 특수한 염료를 세포에 넣어 체내 주입하면 그 세포의 이동 경로나 분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외부 물질을 세포 내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NK세포의 경우 이러한 능력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난제로 뽑혔던 것인데요. 박 박사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침공법(electroporation)’과 ‘업컨버젼 나노입자(상향변환 나노입자, upconversion nanoparticle)’을 사용해 NK세포 관찰에 성공했습니다. “세포 표지 방법에 대한 다양한 기술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NK세포에 맞는 방법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전기침공법을 발견하여 적용하게 됐습니다. 이 방법은 세포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전기적 자극을 가해 세포막의 안정성을 잠시 깨뜨리는 사이, 세포 주변 물질을 세포 내부로 도입시키는 방법입니다. 전기자극의 세기나 자극 방식에 따라 세포의 생존율이나 표지 효율이 달라지고, 세포 본연의 기능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요소들을 잘 고려하여 조건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표지할 외부 물질도 중요한데요. 형광염료에 비해 체내 안정성이 높고 정량 분석이 가능한 업컨버젼 나노입자를 NK세포에 표지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업컨버젼 나노입자는 30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내외 크기의 나노입자로 낮은 에너지(장파장)를 주입해도 높은 에너지(단파장)를 내기 때문에 오랜 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정량적 분석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기존의 나노물질보다 4배 이상 높은 감도를 갖고 있어 암 전이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감시림프절*을 광학 영상보다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죠. (*감시림프절: 암세포가 원발종양에서 림프관을 통해 처음으로 확산하는 림프절) “세포 치료 과정의 모니터링은 장시간 생체 추적 영상이 요구됩니다. 정량적인 생체 추적 영상 분석에 용이한 업컨버젼 나노입자를 NK세포에 전기침공법으로 표지해 마우스 생체 내 주입한 결과, 세포가 어떻게 이동하고 분포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IF=8.758, JCR 상위 10.51%)’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논문명:Effectual labeling of NK cells with upconverting nanoparticles by electroporation for in vivo tracking and biodistribution assessment, KBSI 박혜선-화학연 김종우(제1저자), KBSI 조윤주, 조미영-화학연 서영덕(공저자), KBSI 홍관수-화학연 남상환(교신저자)) 박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 이미징 연구 분야가 더 다양하게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는데요. “업컨버젼 나노입자가 NK세포에 처음 적용되어 생체 이미징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세포표지 기술을 후속 연구에 적용해 엔지니어링된 NK세포 치료제 관련 여러 후보군들의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 활용한다면 연구개발 속도가 좀 더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7년간 세 번째 이어진 공동연구의 결과…“후속 연구도 기대” 이번 연구는 KBSI와 한국화학연구원이 협력해 이뤄낸 성과인데요. 7년간 3번의 공동연구를 이어온 결과 이번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화학연과의 공동연구의 시작은 제가 업컨버젼 나노입자를 처음 연구하기 시작했던 7년 전부터입니다. 화학연에서는 그전부터 업컨버젼 나노입자의 광학적 특성 분석과 이미징 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었습니다. 나노입자의 합성과 특성 분석, 그리고 생체 이미징 활용 연구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었던 KBSI에서는 업컨버젼 나노입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광학조영물질을 접하면서 화학연의 광학 기반 기술 도움이 필요했고, 화학연에서는 생체 이미징 연구의 기반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자연스럽게 공동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박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또 다른 주제로 연구를 함께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요. 그에게 공동연구의 장단점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박 박사는 하나의 연구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는데요.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실험을 디자인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연구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한, 여러 방향의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면에서 연구 효율이 높아지기도 하죠. 무엇보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데요. 양보와 배려를 통해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학연과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같이 해온 파트너로 신뢰 부분은 이미 많이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멋진 일인데요. 그러나 이번 연구 성과를 내기까지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박 박사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연구로 인해 성과를 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습니다. “연구 흐름이 계획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세포 표지가 어렵지 않게 잘 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NK세포의 특성을 알고부터 어려움에 부딪히게 됐거든요. 표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기침공법을 도입하면서 관련 연구 장비를 구축하고 결과를 내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연구결과 등의 새로운 발견으로 연구 과정이 재미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오랜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은 연구자로서 참 어려운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습니다. 박 박사는 면역세포의 생체 이미징 연구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연구 분야에 대해 알게 됐고 광학영상 나노입자와 접목해 결과를 도출해내면서 면역과 나노라는 두 분야를 융합한 연구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후속 연구로 면역세포의 생체 이미징 연구와 인체 면역시스템을 이용한 항암 치료제 관련 연구 분야에 나노입자를 활용한 진단 및 치료 모니터링 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네이버 블로그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KBSI의 다른 콘텐츠 ↓ [코로나 시대에 치매 치료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 [실력으로 신뢰 쌓은 KBSI 승부사, 희망을 쏘아 올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