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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기생충이 늑대 리더십 올린다?

동향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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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명 NDSL
작성자 글로벌 과학기술정책 정보서비스
작성일자 2023-01-23 00:00:00.000
내용 사진1. 먹이 그물은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출처: shutterstock)   광활한 대자연을 자랑하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겨울이 되면 이곳에 살고 있는 바이슨(아메리카들소)과 영양, 엘크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사슴들이 먹이를 찾아 저지대로 이동한다. 눈이 비교적 얇게 덮이는 저지대에서는 초식동물들이 풀을 뜯기가 좀 더 수월하다.   한편 분주한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몸을 숨긴 채 이들을 노리는 늑대와 퓨마를 볼 수 있다. 상위포식자가 초식동물을 사냥하면 다음으로 까마귀와 독수리, 곰과 같은 다양한 청소동물이 모여들어 남겨진 사냥감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는 모습, 이것이 이곳 겨울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러한 먹이 그물이 늘 안정적이지는 않다. 특히 옐로스톤의 최상위 포식자 회색늑대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약 100년 전 이곳 늑대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었다. 1900년대 초 가축을 보호하려던 농부들 사이에서 성행했던 늑대 밀렵이 끝내 멸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늑대의 먹잇감이었던 초식동물의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이들이 풀과 나뭇잎, 묘목까지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면서 숲은 날이 갈수록 황폐해졌고, 강가의 비버들조차 댐을 지을 식물이 없어 생존이 위태로워졌다.   주요 최상위 포식자를 잃고 균형이 무너져버린 생태계를 보다 못한 미국 정부는 결국 1995년부터 늑대 복원 사업에 나섰다. 이들은 캐나다와 미국 몬태나 북서부 지역에서 회색늑대들을 들여 국립공원에 방사했다. 이때부터 생태계가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옐로스톤의 회색늑대를 중심으로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의 관계, 개체군 역학, 유전학, 행동학 등 여러 가지 생태학 연구가 시작됐다.   기생충이 숙주의 마음을 조종한다?   최근 이렇게 시작된 연구 가운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가 발표됐다. 티끌보다 작은 기생충이 옐로스톤의 먹이사슬 최상단에 있는 회색늑대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기생충에 감염된 회색늑대는 늑대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일부 기생충은 자기 뜻대로 숙주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 영화 '연가시(2012)'의 모티브가 된 연가시는 물속에서 짝짓기하고 알을 낳기 위해, 숙주인 곤충을 물가에 뛰어들어 죽게 만든다. 또 흡충에 감염된 개미는 자신이 오히려 초식동물에 잘 잡아 먹히도록 풀잎 끄트머리에 매달린다. 이 역시 최종 숙주인 초식동물의 몸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흡충의 계략이다.   회색늑대의 뇌 속에 있는 기생충은 톡소포자충이라는 원생동물로 사람을 포함한 온혈동물들을 감염시키는 인수공통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쥐'의 사례로 유명하다. 원래 쥐는 고양이의 소변 냄새만 맡아도 도망가기 바쁘다. 하지만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오히려 고양이 냄새에 이끌릴 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앞에 두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톡소포자충은 최종숙주인 고양잇과 동물의 몸속에서만 유성생식으로 번식하고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알을 퍼뜨린다.   늑대 리더십의 필수 소양이 '기생충 감염?' 사진2. a. 2000~2020년. 지도에서 보라색은 퓨마가 많이 서식하는 곳을 나타냄. 원형 차트는 회색늑대의 톡소포자충 감염률을 나타냄. 퓨마가 많은 지역에서 늑대의 감염률 또한 높게 나타났다. b. 2015년. 늑대와 퓨마 영역의 중첩 정도. 높은 정도 중첩(HCO, High Cougar Overlap), 중간 정도 중첩(MCO, Moderate Cougar Overlap), 낮은 정도 중첩(LCO, Low Cougar Overlap). (출처: nature)   옐로스톤 국립공원, 몬태나대 산림보호대 공동 연구팀은 26년 동안 회색늑대 229마리를 포획해 혈액 시료 256개를 채취하고, 혈액 내 항체 유무에 따라 톡소포자충의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동시에 늑대에게 추적 장치를 달아 행동과 늑대 사회 내 지위를 관찰했다. 그 결과 늑대의 평균 감염률은 21.7%였고 항체 양성 반응의 비율은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였다.   사진3. 회색은 감염된 늑대, 황색은 감염되지 않은 늑대. 감염된 늑대가 무리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출처: nature)   연구진은 톡소포자충의 생활사에 반드시 필요한 고양잇과 동물, 퓨마의 감염 여부도 조사했다. 그 결과 62마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양성 반응을 나타냈으며, 이를 통해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퓨마들 사이에서 톡소포자충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옐로스톤 생태계에서 회색늑대와 퓨마는 둘 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바이슨, 엘크, 사슴 등 먹잇감을 공유한다. 연구진은 이들 집단의 행동 영역이 겹칠 때 늑대의 감염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에서, 퓨마가 늑대에 톡소포자충을 옮긴다고 추측했다.   사진4. 하늘색은 감염된 늑대, 연두색은 감염되지 않은 늑대. 감염된 늑대가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출처: nature)   또 감염된 늑대는 감염되지 않은 늑대보다 기존 집단을 떠나 새로운 무리를 이룰 가능성이 11배 높았으며,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이 약 46배 더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톡소포자충은 회색늑대를 어떻게 조종한 걸까? 연구진은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늑대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해 개체의 공격성이 높아지고 번식 기회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분석했다.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쥐처럼, 옐로스톤의 회색늑대 또한 위험을 무릅쓰고 무모하게 행동하며 새로운 환경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지 않은 늑대가 감염된 늑대의 과감한 행동을 모방 학습해, 늑대와 퓨마 사이의 접촉 기회가 양성 피드백 순환을 통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관해서는 후속 연구를 통해 더 밝혀질 것이다.   톡소포자충, 사람에게는 어떨까?   그럼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은 어떨까? 톡소플라스마증에 걸린 사람은 대부분 감기 같이 가벼운 증상을 앓고 지나가지만, 면역 상태에 따라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임신 도중 감염된 산모는 태아에 수직감염으로 치명적인 발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람에게서는 감염되더라도 설치류와 같은 이상행동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견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염자가 일반인에 비해 교통사고를 2.6배 더 일으키고, 자살이나 조현병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전 세계인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이 이 기생충에 잠복 감염되어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톡소플라스마증의 실질적인 위험은 매우 낮게 평가된다. 하지만 옐로스톤의 회색늑대 이야기부터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광활한 미지의 세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글: 정유희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출처
원문URL http://click.ndsl.kr/servlet/OpenAPIDetailView?keyValue=03553784&target=TREND&cn=6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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