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다가오는 2015년은 국내 쌀시장이 개방되는 해이다. 쌀은 식량안보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지금은 쌀시장 개방이 시사하는 의미와 당면과제를 그 어느 때보다도 심도 있게 생각해 봐야 할 시기다. 지난 16일 농촌진흥청은 한국쌀산업진흥회와 함께 코엑스에서 쌀 소비 확대를 위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쌀 산업계 관계자와 연구기관 전문가, 그리고 농업인들은 우리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논의했다. 이처럼 국내 쌀 산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신품종을 연구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식량과학원이다. 이 기관은 현재 쌀시장 개방에 대비해 다양한 기능성 쌀들을 선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한 가지에서 복합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기능성 쌀 쌀은 인류가 석기를 사용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에너지의 원천’이자 ‘문화의 근간’이었다. 전 세계 30억의 인구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 민족에게 쌀은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공동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소중한 쌀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위 ‘살찌는 흰쌀’이라는 영양학적 오해로 인한 소비감소와 그에 따른 재고누적, 그리고 수입개방 등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쌀도 시대에 맞춰 진화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의 기능성 쌀은 바로 이런 시점에서 등장했다. 이곳에서 기능성 벼 품종육성과 재배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기능성작물부의 조준현 박사는 “기능성 쌀은 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슈퍼맨 같은 품종”이라고 소개하며 “수량을 많이 내는 초다수 벼 품종을 시작으로 건강요소를 넣은 품종이나, 국수 등을 만드는 가공 전문 품종 등이 이에 해당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능성 쌀 생산은 단순히 여러 기능이 함유된 쌀을 생산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쌀 가공 산업의 활성화를 불러일으켜 경제를 살리고, 친환경 쌀 생산으로 농약비용을 절감시켜주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대표적 기능성 쌀로는 ‘도담쌀’과 ‘고아미’, 그리고 ‘눈큰흑찰’ 등이 있다. 밀가루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담쌀은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다이어트용 가공품으로 좋고, 고아미는 식이섬유 함량을 높인 쌀로서 재배안정성까지 우수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눈큰흑찰은 쌀눈이 일반 벼에 비해 2.9배 정도 되는 커다란 품종으로서,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이 같은 기능이 가능한 것은 쌀눈에 각종 필수 아미노산과 생리활성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혈중 알코올 농도 감소와 음주욕구를 억제해주는 효과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 박사는 “작년에는 위암 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메디라이스’라는 식의약 소재 개발에도 성공했다”라고 밝히며 “앞으로는 한 가지 기능만이 아닌 복합적 기능을 가진 맞춤형 기능성 쌀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는 “식이섬유가 많은 다이어트 기능성 쌀이나 단백질을 조정해서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쌀, 그리고 면역기능을 높여 주는 쌀 등 소비자의 각자 체질에 꼭 맞는 맞춤형 기능성 쌀들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국립식량과학원은 기능성이 강화된 쌀 품종들을 식의약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해당 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하는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개발된 쌀들이 산업체와 지자체 등에서 재배될 수 있도록, 단지를 조성하거나 전량 계약재배를 실시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현재는 미미하지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능성 쌀 시장 기능성 쌀의 비중은 전체 쌀 시장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최근 2년 새 50퍼센트(%)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의 기능성 쌀 시장은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일반 쌀 시장 대비 8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조 박사는 “기능성 쌀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전체 쌀의 비중에서 기능성 쌀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너무 적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다양한 기능을 담은 품종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능성 쌀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유통기반 구축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도 “오는 2017년까지 식의약 기능을 가진 10종의 신품종 쌀들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기능성 쌀들은 보통 일반 쌀보다 수매가가 높아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쌀 시장의 흐름이 포만감을 주는 개념에서 맛있는 밥의 개념으로 변화했고, 이는 다시 건강 기능성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학적 임상실험을 통한 효능확인은 물론, 전문 식품 및 제약 기업과의 협력 등이 긴밀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높은 쌀 기술 수준을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의 원조 아이템으로 활용하여, 아프리카나 제 3세계 등에서 영양실조로 힘들어 하는 곳에 쌀을 희망의 상징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쌀의 변신은 단순히 먹거리만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쌀로 만드는 화장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쌀이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E와 감마 오리자놀(Oryzanol), 그리고 토코트리에놀(Tocotrienol) 등의 성분이 피부의 미백과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 쌀을 활용한 화장품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쌀의 전분 및 쌀겨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산업용 친환경 신소재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쌀 전분을 이용하여 자연분해가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있고, 쌀의 부산물이 항공기나 테니스라켓 등의 첨단 소재로 활용되는 공기보다 가벼운 소재인 에어로젤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는 식용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오래된 쌀이나 품질이 나쁜 쌀을 이용하여 바이오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다. 5년 전부터 일본의 니이가타현은 벼에서 추출한 바이오에탄올 3퍼센트를 혼합한 클린가솔린 판매를 시작하여 호평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