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점심을 먹으면 어김없이 졸음이 몰려오는 봄날에 기력을 되찾고 싶다면? 봄이 제철인 주꾸미가 제격이라고 한다. 바로 주꾸미에 많이 들어 있는 타우린 덕분이다. 그렇다면 주꾸미란 어떤 생물인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주꾸미는 어떤 생물일까 보통 쭈꾸미라고들 많이 부르지만 표준어는 주꾸미다. 한자어로는 구부린다는 뜻의 ‘준(蹲)’자를 써서 준어(蹲魚), 속명은 죽금어(竹今魚)라고 한다. 추측하건대 죽금어가 주꾸미가 된 듯하지만, 주꾸미를 한자어로 죽금어로 썼을 수도 있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쓴 에는 낙지가 보양에 좋은 식재료로 나오지만 주꾸미도 등장한다. “크기는 4∼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이다.”라고 해 주꾸미가 문어가족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낙지, 주꾸미, 문어, 오징어, 그리고 꼴뚜기까지 비슷한 연체동물류가 많아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이들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첫 번째는 다리의 개수다. 다리가 8개인 것을 팔목과, 10개인 것을 십목과로 나눈다. 주꾸미는 다리가 8개로 바로 문어과에 속한다. 즉, 다리가 8개인 문어, 낙지 및 주꾸미는 문어과고, 오징어, 꼴뚜기, 갑오징어 등은 다리가 10개로 재미있게도 오징어과로 부르지 않고 꼴뚜기과라고 한다. 주꾸미와 낙지는 같은 문어과이기는 해도 종류는 다르다. 주꾸미는 낙지에 비해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다리도 일정하게 짧아, 두개의 다리가 나머지 여섯 개의 다리보다 훨씬 긴 낙지와는 외관상으로도 확실히 구분된다. 타우린을 가득 품은 주꾸미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꽉 들어찬 주꾸미는 특히 맛이 좋다. 산란기가 5~6월이라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알이 꽉 차 가장 맛있다. 실제로는 몸통 만한 머리 부분으로 불리는 부위에 알이 꽉 차 있어 오독오독 씹힌다. 밥알 같이 생겼다고 해서 ‘주꾸미쌀밥’이라고도 한다. 툭툭 터지는 ‘쌀밥’은 맛이 고소하고 살은 쫀득쫀득 해 씹는 맛이 그만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주꾸미는 낙지보다는 부드럽고 오징어보다 감칠맛이 난다. 주꾸미는 맛도 좋지만 최근에는 건강식 재료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주꾸미에 많은 타우린 성분 때문이다. 사람들이 타우린성분 때문에 많이 찾는 낙지나 오징어에 비해 오히려 그 양이 월등히 많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한국수산물성분표’ 에 따르면 주꾸미의 타우린은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나 된다. 실제로 주꾸미 100g당 타우린 함량은 약 1600mg에 이른다. 타우린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간에 쌓여 있는 콜레스테롤을 바로 담즙산 형태로 만들어 배설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음주로 인해서 특히 피로해진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피로회복에 좋다. 늘 높은 콜레스테롤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동맥경화증이나 지방간의 위험을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타우린이 뇌신경기능을 활성화시켜서 인지기능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뇌과학연구소는 타우린이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조절하고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신경교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결과를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즉, 이런 실험 결과는 타우린이 노인성 치매의 60∼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타우린을 건강보조식품으로 챙겨먹기보다는 주꾸미를 즐겨 먹는 것도 좋다. 또한 주꾸미는 불포화 지방산과 DHA가 풍부해서 두뇌 발달에도 좋다, 주꾸미는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DHA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노인뿐만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모든 것이 나른해 지는 봄철, 쫄깃쫄깃한 감칠맛의 주꾸미를 챙겨 먹으면서, 간의 피로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도 낮춰 주고, 더 나아가 치매의 원인이 되는 알츠하이머도 예방해 보는 효과를 한 번 기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