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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주의 수많은 별 가운데 하나의 별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지구에서 약 1480광년 떨어진 백조성운 소속의 ‘KIC 8462852’가 바로 그 주인공. 우리은하 내에서 북쪽에 위치한 이 별은 질량이 태양의 1.43배에 이르는 비교적 평범한 별이다. 지난해 10월 외계지적생명체탐사연구소(SETI) 소속의 연구팀은 앨런전파망원경을 2주 동안 KIC 8462852 방향으로 돌려 조사한 결과, 이 별에서 어떠한 전파신호도 감지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 자료를 활용해 이 별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발표했다. 논문의 주요 내용은 혜성의 무리와 그 파편들이 잇달아 두 차례 KIC 8462852 앞을 지나가면서 빛을 가려 이 별의 밝기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루이지애나주립대의 천문학자 브래들리 스캐퍼 박사팀은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반박하는 글을 게재했다. 아이오와주립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인정하려면 64만8000개의 혜성이 존재해야 하는데, 혜성은 각각 200㎞ 떨어져 있으므로 믿기 어려운 연구결과라는 내용이었다. 또 예일대학이 지원하는 시민 과학 프로그램인 ‘플래닛 헌터’의 테베싸 보야지안이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왕립우주학회 월간 회지’에 KIC 8462852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게재했다. 케플러망원경이 관찰할 수 있는 15만 개의 별 중 오직 이 별만이 이상한 특성을 보이는 것은 이 드넓은 우주에 오직 인류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능성을 가지게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비주기적으로 밝기 변하는 기묘한 특성 지녀 이처럼 KIC 8462852에 대한 연구결과가 잇달아 발표되며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밝기가 극적으로 변화하는 이 별의 기묘한 특성 때문이다. 2011년 3월 5일 이 별은 밝기가 갑자기 15% 정도 낮아졌다가 다시 원상 복귀됐다. 또 2013년 2월 28일에는 밝기가 잠시 동안 22%나 감소했다. 사실 별의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은 우주에서 흔하다. 하지만 변광성의 경우 밝기의 변화 주기 및 그 정도가 매우 규칙적이다. 그런데 KIC 8462852은 비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화하며, 그 변화의 정도 역시 일정치 않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단지 별의 밝기가 일정하지 않게 변화한다는 것을 두고 외계 문명 탐사를 목표로 하는 SETI의 과학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증거가 거론되는 이유는 이론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제시한 거대 외계 구조물 ‘다이슨 구(球)’ 때문이다. 1964년 러시아의 천체물리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세프는 에너지를 얻는 방법에 따라 외계 문명을 3단계로 구분했다. 첫 번째 단계인 ‘유형 Ⅰ’은 인간처럼 에너지를 자신이 살고 있는 행성으로부터 취하며, 두 번째 단계인 ‘유형 Ⅱ’는 항성계 자체에서 추출한다. 또 세 번째 단계인 ‘유형 Ⅲ’은 항성계 바깥의 별들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문명이라는 것. 프리먼 다이슨이 제시한 ‘다이슨 구’는 바로 외계 문명의 두 번째 단계인 ‘유형 Ⅱ’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다이슨 구란 발전한 외계 문명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행성의 모성인 항성의 에너지를 100% 이용하기 위해 항성 주위를 감싸게 제작한 초거대 구형 구조물을 의미한다. 항성의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위성을 항성 주변에 대량으로 띄우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토성의 고리처럼 쭉 이어진 링 모양의 구조물이거나 혹은 완전한 구체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프리먼 다이슨은 SETI의 과학자들에게 외계문명의 존재 여부를 알기 위해선 전파신호보다 다이슨 구에서 발산되는 원적외선 신호에 더 집중해야 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의 과학 지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별 ‘KIC 8462852의 불규칙한 밝기 변화가 혹시 이 같은 다이슨 구에 의한 것이 아닐까’ 라는 점이 과학계의 주목을 끈 이유이다. 그러나 SETI 소속 과학자들은 다이슨 구에서 나올 수 있는 적외선 신호 역시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지금은 혜성 가설이나 다이슨 구 가설 모두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과연 KIC 8462852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세계적 과학잡지 ‘스켑틱(SKEPTIC)’은 최신 기사에서 전파신호 수신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그에 의하면, SETI가 KIC 8462852에서 특별한 전파신호를 찾지 못한 것은 발전한 문명일수록 우주로 전파신호를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인류 문명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텔레비전 케이블과 심해 통신케이블 등을 이용해 전파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는 것. 따라서 외계 문명 역시 그런 방향으로 발전했을 것이며, 외계의 전파신호를 우리가 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그 신호를 정확히 우리를 향해 쏘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스켑틱은 기사에서 어떤 경우든 KIC 8462852는 지금의 과학지식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때문에 이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으로 새로운 지식을 인류에게 안겨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인 맥동성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 신호가 외계 문명이 보내는 인공적인 신호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