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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광학기술을 활용하여 투명망토를 만들 수 없을까?’ 같은 상상이나 ‘손상된 감각신경이나 운동신경을 다시 회복시킬 수는 없을까?’ 같은 의문을 떠올릴 때가 많다. 현재 수준의 과학으로는 이룰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과제들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해결할 수도 없는 이러한 과학 분야의 과제들을 학계는 난제(難題)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런 난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지혜가 모여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지난 3일 온라인상에서는 해결하지 못한 과학 분야의 난제들을 대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행사인 ‘2021년 대한민국 과학 난제 도전 온라인 컨퍼런스’가 개최되어 이목이 쏠렸다. ‘과학 난제에 도전하라, 상상을 실현하라!’라는 주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기초과학과 공학 간의 융합연구를 통한 창의적이고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수많은 과학 난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예측 의료는 미래 의학의 핵심 ‘난치성 질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없을까?’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연세대학교 김성훈 교수는 “암과 당뇨, 그리고 치매 등 현재 의술로는 치료에 한계를 보이는 난치병들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라고 전하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이 의료 시스템에 접목되면서 예측 의료 분야가 미래 의학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향후 난치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병의 초기 인자를 예측 의료 시스템을 활용하여 파악함으로써 더는 진행이 되지 않도록 일찌감치 싹을 자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제는 질병이 발생할 것을 미리 알 수 있는 초기 지표를 무엇으로 정하느냐는 것”이라고 밝히며 “질병 예측을 위한 생체지표 패널의 발굴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와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혈액 단백체로부터 생체지표 패널을 발굴하는 연구를 추진해 왔다. 혈액으로부터 생체지표를 확보하려는 연구는 이전에도 많은 사례가 있었지만, 이들 연구와는 차별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기존 연구는 연구 대상이 건강한 사람과 환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지만 김 교수팀은 전질환 상태를 점진적으로 구분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지표의 특성과 단위도 김 교수팀의 방식은 독창적이다. 지표의 특성이 기존 연구는 정적(static)인 점을 반영하고 있지만, 김 교수팀의 연구는 동적(dynamic)인 점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지표 단위도 기존 연구는 정량적이지만, 김 교수팀 연구는 정량적 차이와 정성적 근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예측형 생체지표 후보로 제시된 단백질 합성효소 김 교수팀이 제시한 질환 예측형 생체지표의 조건은 크게 4가지다. 인체의 미세한 생리적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생리적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질환 요인에 광범위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정성·정량적 측정이 용이해야 하는 것도 생체지표가 갖춰야 할 조건이다. 김 교수는 예측형 생체지표 패널 후보로 단백질 합성효소(ARS)를 제안하면서 “인체에는 총 39종의 ARS(Aminoacyl-tRNA synthetases)가 존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ARS는 단백질 합성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ARS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20개의 효소로서, 세포 내 단백질 합성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김 교수팀은 ARS 및 그 조효소인 AIMP(ARS interacting multifunctional protein)가 단백질 합성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면역과 세포 이동, 그리고 신경 발달 및 혈관 생성 등 많은 생리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ARS 및 AIMP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각종 질환이 유발되거나 악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질환의 특이적 기능 및 발현 조절을 파악하면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데, 있어 지표가 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ARS가 예측형 생체지표로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모든 체액에서 측정이 가능하고, 여러 질환 요인들에 대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며, 생리 향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예측형 생체지표가 미치는 과학기술적 파급효과와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는 상당히 큰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과학기술적 파급효과로는 예측 의료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과 의·생명 과학과 데이터 과학 융합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음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경제 사회적 효과로는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질환 예측 및 예방과 관련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예측 의료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난치병 예측과 같은 의료 분야 외에도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을까?’라는 우주탐사 분야의 난제와 ‘비닐봉지를 생분해하는 곤충 효소는 없을까?’라는 자연과학 분야의 난제 등 다양한 분야의 난제들을 전문가들과 함께 공유하는 온라인 논의의 장이 마련되어 화제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