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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들은 먼 우주를 동경해 왔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을 별이 내는 빛의 스펙트럼 양상이 달라지는 ‘분광(分光) 현상’을 통해 외계행성 160여개의 존재를 확인해 왔다.하지만, 이제 더 멀리 떨어진 별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다. 별의 중력을 이용한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한국의 과학자들이 주도하는 연구팀이 지구로부터 1만5천 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했기 때문이다.그 동안 행성 탐색에 주로 사용되어 왔던 분광현상을 통한 방법은 별이 밝아야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구 보다 수백 배 크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수백 광년 정도의 별만 관측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중력렌즈 관측법은 수만 광년 떨어진 행성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구와 질량이 비슷한 행성도 발견할 수 있어 외계 생명체 연구에도 유리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천문 과학사에 각별한 의미를 던진 그 현장으로 가보자.2005년 4월, 미시중력렌즈 추적 관측 연구팀인 ‘Micro-FUN (Microlensing Follow-up Network)’은 은하 중심 방향의 미시중력렌즈 사건 OGLE-2005-BLG-071의 관측 자료로부터 이 사건이 별-행성 조합에 의한 쌍렌즈 사건임을 밝혀냄으로써, 미시중력렌즈 사건 관측에 의한 최초의 외계 행성 발견에 성공했다. Micro-FUN은 충북대학교 물리학과의 한정호 교수와 한국천문연구원의 박병곤 책임연구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시중력렌즈 추적 관측 연구팀으로서 우리나라 외에 미국, 이스라엘, 뉴질랜드 등의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연구팀.‘중력렌즈 현상’이란 두 개의 천체가 관측자의 시선 방향으로 겹칠 때 앞에 놓인 천체의 중력에 의하여 뒤의 천체에서 나오는 빛이 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 가운데 놓인 천체의 중력 때문에 광원의 빛이 볼록렌즈에 의한 집광처럼 한 곳으로 모이게 된다. 중력렌즈 현상이 은하핵처럼 질량이 큰 천체에 의해 발생할 경우 광원이 되는 천체의 영상이 왜곡되는 모습을 실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보통의 별처럼 질량이 작은 경우에는 단지 광원의 밝기가 증폭되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경우를 특별히 ‘미시중력렌즈 현상’이라 한다.중력렌즈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원리에 의하여 설명할 수 있으며,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1979년에 한국인 천문학자 장경애(청주대학교 물리학과)와 레프스달(Refsdal)에 의하여 예견되었다. 또한, 1985년 파친스키(Paczynski)는 현대의 발달된 관측 기술로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실제 관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최초의 미시중력렌즈 사건은 1993년에 우리 은하 중심 방향에서 처음으로 관측되었다고 한다. 초기에 미시중력렌즈 현상에 대한 연구는 렌즈 현상을 일으키는 물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인 경우, 광원의 밝기 증폭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암흑물질의 존재를 파악하여 우리 은하계에 있는 암흑 물질의 분포를 연구하는 데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렌즈 현상을 일으키는 물체가 쌍성인 경우, 두 물체의 떨어진 거리와 질량비에 따라 광원의 시간에 따른 밝기 변화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발견됨에 따라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외계 행성의 탐색에 이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2000년 이후 미시중력렌즈 현상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의 연구그룹으로 나누어 졌다. OGLE(Optical Gravitational Lensing Experiment)나 MOA(Microlensing Observations in Astrophysics)와 같은 탐색그룹과 Micro-FUN, PLANET(Probing Lensing Anomalies Network)과 같은 추적그룹이 그것이다.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발생할 확률이 높지 않은 사건인데다 한 번의 사건이 발생한 후 종료할 때까지의 시간이 30~60일 정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탐색의 확률을 높이고 행성 발견을 위한 충분한 관측을 위하여 이처럼 두 가지 연구그룹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행성 발견은 약 5년간에 걸친 탐색과 추적 연구를 통해 미시중력렌즈 현상으로부터 외계 행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화한 것으로, 여러 국제 공동연구그룹이 협동 연구로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이번에 발견한 외계 행성은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에 위치한 것으로, 질량이 지구의 600배(목성의 2배) 정도이며 행성이 중심별과 떨어진 거리는 약 2AU(천문단위 : Astronomical Unit,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로 1AU는 약 1억5천km)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대략의 분석 결과 행성계까지의 거리는 약 5kpc(kilo parsec, 1 pc은 3.26광년이므로 약 15,000광년. 또한, 1광년은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km로 1년간 이동한 거리)이고, 중심별의 질량은 태양의 3분의 1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관측 자료의 질로 볼 때 목성이 아니라 지구형의 작고 가벼운 행성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검출이 가능할 정도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중력렌즈 현상 관측에 의한 외계 행성의 첫 발견이라는 의미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미국 천체물리학회지(Astrophysical Journal)의 ‘긴급 연구 논문’으로 투고되었는데, 향후 행성계 자체에 대한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 및 지상 관측 자료의 보완 등을 통하여 보다 자세한 연구 결과를 후속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황우석 박사 신드롬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천문 과학자들이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너무도 많은 우주 천문 분야에서도 한국 과학이 한발 앞서 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본다. (글 : 박병곤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