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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세계 주요국들의 현안 및 대책을 공유하여 국내 산업의 회복력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행사인 ‘2020 미래전략 컨퍼런스’가 지난 4일 온라인상에서 개최됐다. ‘위기를 읽고, 미래를 내다 봄’이라는 주제로 국회미래전략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초불확실성 시대를 맞이한 우리나라와 전 세계 국가들이 글로벌 협력을 통해 당면한 문제들의 해법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집단면역 실패로 국내 산업이 침체된 스웨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주요국들의 현황 및 전망을 공유하는 세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국가는 스웨덴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삶의 질이 높은 국가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대응 방안으로 추진한 ‘집단면역’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집단면역이란 구성원 대부분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 체계를 가지게 되면, 전염병 확산이 느려지면서 면역이 없는 사람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받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코로나19 방역에 근본적으로 실패한 스웨덴이 앞으로의 과학기술 정책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가 행사를 시청한 참관객들의 주목을 끈 것이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전개될 과학기술 혁신정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스웨덴기술혁신청(VINNOVA)의 ‘고란 마크룬드(Goran Marklund)’ 심의관은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을 향한 시스템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책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스웨덴기술혁신청은 스웨덴 정부부처 중 하나인 기업혁신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서 스웨덴 정부의 혁신 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필요할 때마다 해결책과 아이디어를 제시함으로써 스웨덴이 혁신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기여를 하고 있다. 미래의 스웨덴을 위한 준비를 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스웨덴기술혁신청은 국제연합(UN)이 채택한 ‘2030년 아젠다’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개발 목표에 기초하고 있다. UN을 구성하는 국가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마크룬드 심의관은 “그동안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들은 지속가능한 국가의 모델을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서 찾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사슬이 끊어지기 시작하며 위기를 맞고 있는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글로벌가치사슬이란 개발과 제조, 그리고 유통 및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관여하는 제반 과정이 운송 및 통신의 발달로 인해 세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국가별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과정을 선택하여 집중하는 국제적 분업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가치 사슬의 붕괴로 과학기술 정책마저 혼선 스웨덴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승용차의 Volvo와 트럭의 Scania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만 해도 스웨덴을 먹여 살리는 핵심 먹거리 산업이었다. 그랬던 자동차 산업은 중국과 다른 국가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코로나19로 가동을 멈추면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스웨덴에서도 빠르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스웨덴 완성차업체 역시 한동안 문을 닫으면서 자동차 산업 자체가 빠르게 침체되기 시작했다. 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곧이어 과학기술 정책 추진에도 막대한 타격을 주었다. 산업 현장에서 자동차를 만들어야 판매가 되고, 판매가 되어야 자금을 확보해서 연구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그런 사슬이 끊어지면서 정책 자체가 무의미하게 된 것이다. 마크룬드 심의관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스웨덴의 기반 산업을 뒤흔들고 있지만, 내년에는 치료제 및 백신이 등장하여 ‘뉴 노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하면서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나더라도 사태 이전의 ‘올드 노멀’로 되돌아 가지는 않을 것이고, 돌아가서도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올드 노멀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모습일 뿐, 새로운 시대에는 맞지 않는 현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인류가 초유의 전염병 사태를 경험한 상황에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이 달라진 상황에서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것이다. 마크룬드 심의관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올드 노멀 시대에 적용했던 과학기술 정책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어느 국가와 기업이 뉴 노멀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과학기술 정책을 제시하고 수행하느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상을 주도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웨덴 정부의 ‘집단 면역’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마크룬드 심의관은 “지금도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하면서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정책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만큼, 회복력에 기인한 체계적인 보건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이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