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올해 건강의학 부문에서는 지카바이러스가 세계 보건당국을 긴장시켰다. 지난 2월 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 등을 일으킬 위험과 감염지역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자 국제공중보건 위기상황을 발령하고 각국에 예방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우리 나라 보건당국도 검역을 강화하고, 이른 여름부터 모기방제 등 방역에 힘을 쏟았다. 이후 세계보건기구는 지카의 확산 위험이 잦아들면서 열 달이 조금 지난 11월 19일 국제공중보건 위기상황을 해제했다. 그러면서 지카는 공중보건을 위해 여전히 주의해야 할 대상으로서 탄탄하고 장기적인 감시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12월 12일 현재 지카바이러스병이 발생한 나라는 70개국(2015년도 이후)이며, 2015년 이전에 발생한 나라는 6개국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아직도 지카바이러스에 대해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플로리다와 텍서스주에서는 외부 감염 유입이 아닌 지역 자체에서 발병하는 사례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이들 지역에 토착화할 우려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카가 브라질로부터 카리브해 연안국가로 점차 확산되자 미국과 세계보건기구는 서둘러 지카를 막기 위한 예산 확보와 예방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포함한 방역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 예방백신과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 전문가들은 해를 넘겨 내년 초나 중반쯤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카 우려에도 8월 브라질 올림픽 성공적 개최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된 지카바이러스는 1952년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첫 인체 감염이 확인됐으나 2007년 미크로네시아 얍(Yap) 군도에서 대규모 발병 사례가 나타나기까지 뚜렷한 감염사례가 발견되지 않았었다. 그러다 2013년 10월부터 2014년 4월 사이 남태평양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발병해 전체 인구의 66% 가량이 감염되고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가 3명에서 42명으로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발병 인원이 적어 주목을 받지 못 하다 2년 전쯤 인구 2억의 브라질에 상륙한 뒤 2015년 5월에 브라질 국립연구소가 지카바이러스병이 돌고 있다는 첫 보고를 했다. 이어 7월에는 브라질 북동부지역에서 신경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이, 10월에는 소두증 의심 사례가 보고되었다. 10월 들어 콜럼비아에서도 발병 사례가 나타나면서 지카는 중남미 여러 지역으로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올 8월 열린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개최국인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 지역에 지카바이러스병이 만연하자 일부 스타급 선수들이 브라질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파문이 일기도 했다. 브라질 올림픽은 준비 부실과 지카바이러스병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문제 없이 치러졌다. 지카, 소두증 비롯한 신경장애 일으켜 경계 필요 지카바이러스는 통상 뎅기열과 황열, 치쿤구니아 등 열대병의 원인인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 를 옮기는 암컷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pti )와 흰줄 숲모기(Aedes albopictus)에 물려서 감염된다. 또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과 성관계를 통해 옮긴 사례도 보고됐다. 특징적인 증상으로 발진을 동반한 갑작스런 발열이 나타나며, 관절통과 결막염, 근육통,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이 3~7일 정도 지속되다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저절로 낫고, 감염된 사람의 80% 이상은 아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카바이러스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임신부가 모기에 물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태아 사망 혹은 머리가 작은 소두증을 비롯해 신경 결손 아기를 낳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흰줄 숲모기는 우리나라에도 서식하고 있다. 이론상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국내에 들어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흰줄 숲모기에 물려서 이 모기가 지카에 감염된 후 다른 사람을 물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예년에 비해 더욱 철저하게 모기방제 작업을 실시했다. 이 덕분에 올 여름과 가을에는 모기가 덜 극성을 부렸다는 평가도 있다. 성관계 감염 예상보다 많을 수도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경보가 해제됐다 해도 세계가 지구촌화된 오늘날에는 개인적으로도 항상 감염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성관계를 통한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경고도 나온다. 콜럼비아 바란킬라 지역에 대한 한 수학적 모델 연구에 따르면 47%가 성관계에 의한 감염일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 미국 라호야 알레르기 및 면역학 연구소 수전 슈레스타(Sujan Shresta) 박사팀은 암컷 쥐의 질에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한 결과 지카바이러스가 생식계통을 감염시킨 후 복제돼 혈류로 들어가 질병을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를 ‘셀 리포츠’(Cell Reports) 20일자에 발표했다. 슈레스타 박사는 “사람에게서 성접촉을 통한 감염은 생각보다 훨씬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지카에 감염된 남성이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아도 정액에 수개월 동안 바이러스가 머무를 수 있고, 이 기간 중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UCLA)의대 카린 닐슨(Karin Nielsen) 교수는 “지카에 감염된 여성이 출산한 아기가 소두증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며, “출생할 때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이런 문제는 아이가 여섯 살 정도나 돼서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카바이러스 유행이 주는 의문과 교훈 올해 지카바이러스가 중남미 지역에서 크게 유행한 것을 놓고 학자들은 모기 매개 질병이나 기타 다른 질병들의 전지구적 확산에 대해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 저스틴 레슬러(Justin Lessler) 조교수(역학)는 ‘사이언스’(Science) 7월1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지난 십여년 동안 뎅기열과 치쿤구냐,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그리고 현재의 지카바이러스가 지구 도처에서 발생했거나 재발생했는데, 왜 이 바이러스들은 감염 범위를 확산시키고 다른 감염원들은 확산에 실패했는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본지 7월 15일자) 그는 런던 임페리얼대 연구팀과 ‘사이언스’에 발표한 동반 논문에서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지카 유행은 이미 정점을 찍어 내년까지 지속되다 2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소강상태는 일시적일 수 있고, 면역력이 없는 어린이들이 다시 태어나면 언제든 새로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슬러 교수는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할지 모를 5년, 10년 후를 대비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