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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22일, 한일 양국은 ‘아빠 없는 쥐’ 탄생소식을 공동 발표했다. 아빠 없이도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은 곧 ‘아버지 필요 없음’을 상징한다. 이른바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태어났다고 하는 성서의 기록을 들추지 않더라도, 예수 이후 최초의 아버지 없는 탄생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여자 혼자서 여자아이만을 낳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이 현대 생명공학 기술은 고대 아마조네스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아마조네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 무사족으로, 여자만의 부족이어서 남자가 태어나면 모두 이웃나라로 보내거나 죽여 버렸고, 씨를 얻기 위해서만 일정한 계절에 다른 나라의 남자와 만났다고 한다. 과연 현대 과학기술은 인류를 이제 더 이상 남성이 필요 없는 신화의 세계로까지 끌고 가는 것일까. 아니면 아마조네스 신화처럼 비정하게 자식을 처리하지 않고도 딸만을 골라 낳아 여성만으로도 여러 세대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일까.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이 연구는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자.1996년 태어난 최초의 복제양 돌리는 아빠는 없고 엄마만 둘이었다. 핵을 갖고 있는 엄마 양의 유선세포를 핵이 제거된 다른 엄마양의 난자와 결합시킨후 이를 대리모 자궁에 이식하여 새끼양 돌리를 낳게 하는 데 성공했다. 마치 정자와 난자가 만난 것처럼 수정란이 분열한 것이다. 또한 2004년 2월 13일, 서울대 황우석, 문신용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된 인간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황우석 교수팀은 남성의 도움 없이 두 개의 염색체(여성 한 명의 몸에서 세포를 하나 떼어내고, 핵을 제거한 난자)를 난자에 넣은 뒤 이를 수정시켜 배아를 얻어냈는데, 이때 얻은 배아를 이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복제인간이 탄생한다.이와 달리, 일본 도쿄대 농대 고노 도모히로 교수팀과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정자 없이 여성의 난자 둘만으로 생명체를 탄생시킨 이 실험은, 한 개의 염색체(난자)만을 가진 성세포 중 하나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정자로 인식하게 한 뒤 나머지 난자에 이식해 배아를 얻어낸 것이다. 연구팀은 변형된 난자의 핵을 다른 쥐의 난자에 정자 대신 이식해 수정란을 분열시킨 뒤 탄생한 371개의 배아를 모태로 되돌리는 방법으로 이 중 2마리의 새끼 쥐를 얻는 데 성공했다. 먼저 한 생쥐로부터 난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미성숙한 난모세포를 얻었다. 여기에서 마치 정자처럼 보이게끔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했다. 이 난모세포를 성숙시켜 정상 난자와 결합시키자 놀랍게도 수정란이 만들어졌다. 무늬만 난자였지 정자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정자 없이 화학적 반응만으로 난자가 세포분열을 일으켜 개체를 만들어 내는 단성생식(처녀생식, 단위생식) 방법은, 개미 벌 진딧물 물벼룩 등 곤충과 어류 일부는 가능하지만 포유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제까지 정설이었다.그렇다면 난자를 정자로 둔갑시킨 비밀은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엄마와 아빠로부터 유전자를 절반씩 얻지만, 이들이 모두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와 아빠에게서 받는 어느 한쪽의 유전자만 기능을 하고, 나머지 한쪽의 유전자는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즉 2세의 특정 부분은 아빠 쪽 유전자에 의해서만 만들어지고, 어떤 부분은 엄마 쪽 유전자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태아의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H19)는 부모 각각으로부터 물려받지만, 엄마(난자) 유전자만 활동하고 아빠(정자) 유전자는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난모세포에서 이 H19의 기능을 제거한 것이다. 이를 성숙시키면 겉은 난자이지만 최소한 H19만을 보면 정자인 셈이다. 사람으로 치면 여성이 혼자서 여자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아버지 없는 생식’이 인간에게 일어날 경우 윤리적,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생물체를 생태계에 방출함으로써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적 한계는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분명 현대판 아마조네스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글 : 김형자-과학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