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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간은 지구를 넘어 우주로 그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다. 바로 심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바닷속 깊은 곳까지 탐사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까지 개척하지 못한 부분은 남아있다. 그렇다면 현재 인간이 위험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내려갈 수 있는 바다의 깊이는 최대 얼마일까? 지난 2012년 6월 27일, 중국의 유인 잠수정 ‘자오룽’호가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서태평양 마리아나해구에서 7,062m까지 잠항을 했다는 소식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연구 설비를 갖추고 사람이 탑승해 각종 탐사를 수행하는 유인잠수정으로써는 전 세계 최고 기록이다.(그 전까지는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Shinkai6500’이 보유한 6,527m가 최고 기록이었다.)중국의 이러한 기록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심해 유인잠수정 기술을 확보한 나라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기술을 확보한지 채 몇 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오룽’ 인데 남중국해에서 처음 실시된 2009년 8월∼10월까지의 약 20여 차례에 걸친 잠항에서는 최대 1,109m까지 밖에 내려가지 못했다. 그 후 2010년 같은 남중국해에서 3,759m, 2011년 동북태평양에서 5,188m까지 성공하더니 서서히 그 성능을 향상시켜 2012년 6월∼7월에 걸친 마리아나해구에서의 6번의 잠항에서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날짜 별로 살펴보면 6월 15일 6,671m, 6월 19일 6,965m, 6월 22일 6,963m, 6월 24일 7,020m, 6월 27일 7,062m이다. 즉 5차례에 걸쳐 최고 깊이의 기록을 스스로 갱신했다. 수심 7,000m 이하까지 잠항이 가능하다는 것은 전 세계 바다의 99.8% 정도의 면적에 대해 탐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일반 잠수함은 150m 이내로 잠항을 한다. 최첨단 핵잠수함이라도 잠항 가능 깊이가 500~700m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7,000m 잠항’이 얼마만큼 의미 있는 성과인지 알 수 있다. 중국은 이번 탐사에서 바다 밑바닥의 퇴적물 표본채취, 표층에 여러 연구 장비 설치, 해저지형에 대한 고 정밀 탐사, 해저 광케이블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 작업을 수행했다.여기서 잠시 전 세계 선진국들이 앞 다퉈 잠수함을 개발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바닷속에는 지상에서 찾을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자원 등이 끝없이 널려있다. 게다가 일부의 자원들은 재생산되기 때문에 무한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금, 은 등이 포함돼 고부가가치의 광물로 인정받는 열수광상이 분포된 열수분출공, 동태평양에 있는 망간, 니켈, 코발트가 함유된 전 세계의 망간 단괴, 망간 각 광구, 심해저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물로부터 추출되는 신물질, 효소, 에너지 등 다양한 자원들이 심해에 묻혀 있다. 때문에 성능 좋은 잠수정을 만들어 보다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내려갈수록 인간에게 여러 목적으로 필요한,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의 종류나 양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그렇다면 향후 사람들은 어느 깊이까지 잠항이 가능한 유인잠수정을 만들려고 할까? 전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는 마리아나해구의 챌린저해연으로 약 1만 1,000m 정도다. 최소한 여기까지는 가고자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그림] 심해 유인잠수정인 중국의 ‘자오룽’과(좌) 일본의 ‘신카이6500’. 사진 출처 : 동아일보그동안 유인잠수정과 무인잠수정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깊은 잠항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이 중국의 최근 기록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는지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국의 심해전문연구기관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을 통해 1만 2,000m까지 잠항 가능한 유인잠수정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아직 논의 중이고 계획 중인 단계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지리적으로 일본은 도쿄 바로 앞 일본해구만 해도 수심 9,000m를 넘고, 마리아나 해구도 자국에서 아주 가깝다. 기술적으로도 일본은 약 10여 년 전 ‘카이코’라는 무인잠수정으로 1만 1,000m까지 잠항을 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안타깝게도 연구탐사 도중 분실돼 지금은 7,000m급으로 개조됐다.) 따라서 12,000m까지 잠항 가능한 잠수정을 만드는 기술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중요한 기술이 하나 있다. 잠수정 주조종사, 보조조종사, 과학자 등 관찰자가 탑승하는 부분(pressure hull)에 대한 건조 기술이다. 이 부분은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안의 산소 공급 장치, 압력에 대한 내구성, 기타 필요장치들의 원활한 작동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몇 번의 잠항이 아닌 수백 번, 수천 번의 잠항에서도 안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이 부분이 한계 깊이를 늘리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그 외 잠수정의 본체뿐 아니라 탑재되는 중요 장비인 TV카메라(HD video camera)나 스틸카메라, 작업을 수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로봇 팔(manipulators), 전방 방해물 탐사소나(OAS) 등은 이미 카이코를 통해 1만 1,000m에서 장시간 많은 회수의 탐사를 통해 검증됐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이와 같이 유인잠수정 설계 시 필요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일본에 의해 최소 몇 년 안에는 1만m 이상 잠항 가능한 유인잠수정이 출현하지 않을까라고 추측해 본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아직 심해 유인잠수정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06년 선보인 무인잠수정 ‘해미래’가 있어 6,000m 해저를 탐사할 능력은 갖추고 있다. 게다가 2012년 여수해양엑스포 기간 중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의 ‘신카이6500’의 행사를 계기로 심해의 무한 자원 개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정부기관인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유인잠수정의 개발 여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모쪼록 좋은 결론에 도달해 우리나라도 심해 유인잠수정을 자체 기술로 선보일 날을 기다려 본다. 글 :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반연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