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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이었던 장기가 O형으로, 이식용 장기 혈액형 바꾼다

동향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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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명 NDSL
작성자 글로벌 과학기술정책 정보서비스
작성일자 2022-09-26 00:00:00.000
내용   혈액형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골수 이식이나 혈액 투석을 받은 후 혈액형이 바뀐 사례가 보고된 바 있지만 이마저도 매우 드물다. 평생 변하지 않는 혈액형만큼 확고한 또 한 가지는 모든 혈액형에 수혈할 수 있는 O형 혈액과 달리, 그 외 혈액형들은 특정 혈액형에만 수혈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장기 이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원래 O형이 아니었던 장기를 O형으로 바꾸어 이식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림 1. O형은 이론적으로 모든 혈액형에게 수혈이 가능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기 이식의 경우도 O형 장기는 다른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 이식이 가능하다. (출처: shutterstock)   수혈이나 장기 이식에서 혈액형의 제약이 있는 이유 ABO 혈액형은 가장 대표적인 혈액형 분류 방식으로 혈액 속 적혈구 표면에 있는 당사슬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이 당사슬을 우리는 ‘항원’(혹은 응집원)이라고 부르는데, ABO라는 명칭에서 보다시피 A, B는 A항원과 B항원을 뜻하며 O는 적혈구에 두 항원 모두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A와 B 각각의 항원에는 응집반응을 일으키는 ‘항체’(응집소)라는 짝꿍이 있다. 항체는 혈액을 구성하는 혈장에 존재하고, A항원의 경우 A항체, B항원은 B항체와 응집반응을 일으켜 혈액이 뭉쳐 덩어리가 된다.   그림 2. ABO 혈액형과 항원, 항체를 나타낸 표. (출처: 위키미디어) Group A Group B Group AB Group O Red blood cell type A B AB O Antibodies in plasma Anti-B Anti-A None Anti-A and Anti-B Antigens in red blood cell A antigen B antigen A and B antigen None 정리하자면 A형은 A항원과 B항체, B형은 B항원과 A항체, AB형은 A항원과 B항원, O형은 A항체와 B항체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A형인 사람은 A항체를 가진 B형이나 O형에 수혈이나 장기 이식을 할 수 없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가장 불리한 것은 단연 O형 환자다. O형의 경우 A항체와 B항체를 둘 다 갖고 있어 오로지 같은 O형으로부터만 장기를 이식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O형인 사람은 이식에 적합한 장기를 찾기까지 더욱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도 기준 혈액형별 이식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AB형이 약 2년 9개월인 데 비해 O형 이식자는 그보다 1.5배 긴 4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3. 이식자 혈액형별 평균 대기시간. 2020년 기준으로 AB형 이식자의 대기시간이 가장 짧고, O형 이식자의 대기시간이 가장 길다. (출처: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표 4-1. 이식자의 평균 대기시간 - 혈액형별(단위:일) 구분 2016 2017 2018 2019 2020 평균 1,196 1,169 1,218 1,228 1,295 A 1,104 1,143 1,176 1,204 1,321 B 1,212 1,169 1,246 1,324 1,237 O 1,518 1,434 1,452 1,384 1,547 AB 899 848 936 794 1,005     항원을 제거해 O형으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스티븐 위더스 교수 연구팀은 2018년 세포 표면의 당단백질 항원을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몇 가지 효소를 발견했다. 그리고 올해 초 이 기술을 발전시켜 체외폐관류(EVLP) 장치를 통해 A형인 공여자의 폐로부터 A항원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사용된 EVLP 장치는 공여자로부터 분리한 폐를 체내에 있을 때와 유사하게 보존할 수 있게 하는 기계로, 장치 내 폐를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유지시키며 영양액을 공급한다. 연구진은 EVLP 장치를 이용하여 공여자의 폐에 영양액과 함께 효소를 흘려 보냈다. 그 다음 O형 혈액을 가해 면역 거부 반응 여부를 관찰했더니 면역 거부가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효소 처리를 하지 않은 폐의 경우 O형 혈액에 대해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그림 4. 캐나다 연구팀이 이식용 폐의 혈액형을 A형에서 O형으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University Health Network) 또 지난 8월 케임브리지대 마이크 니콜슨 교수 연구팀은 B형이었던 신장의 혈액형을 O형으로 바꾸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체외 정상체온관류장치(NPM)이라는 기계가 이용됐는데, 연구진은 이를 통해 인체와 유사한 온도에서 산소가 들어있는 혈액을 신장에 주입했다. 이때 B형 항원을 제거할 효소를 함께 넣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불과 몇 시간 만에 B형 혈액형이었던 신장이 모두 O형이 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장기 이식의 미래 항원이 없는 O형은 ABO 혈액형 중 유일하게 다른 혈액형에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혈액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혈액형 호환으로 보편적인 이식용 장기를 만드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O형이나 희귀 혈액형을 가진 경우, 이 기술이 도입되면 장기 이식 대기시간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환자가 이식 기회를 얻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일 또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 결과가 실제 수혈 및 장기 이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아직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여자 장기의 가용성인데, 장기가 혈액형 변환을 거치며 손상되지 않는지, 이식 후 온전히 작동할지에 대해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혈액형 변환 장기 이식이 실험실 연구를 거쳐 임상 시험에 적용되기까지는 수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또한 장기 이식에 있어 혈액형 문제는 단지 첫 번째 관문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성공적인 장기 이식을 위해서는 혈액형 외에도 인간백혈구항원(HLA) 테스트를 포함한 조직적합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때도 공여자와 수혜자 사이의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가 혈액형과 수혈의 원리를 발견한 이래로 약 1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도 혈액형이 왜 존재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만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무수히 많은 병원체와 싸우며 적응한 끝에 지금의 면역 체계를 갖추게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정교한 방어 체계를 구축해온 인류의 진화, 그리고 오히려 그 방어 체계의 약점을 공략하여 더 많은 생명을 구하려 하는 인류. 생을 향한 자연과 인간의 노력 그 모두가 경이롭다.     글: 정유희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출처
원문URL http://click.ndsl.kr/servlet/OpenAPIDetailView?keyValue=03553784&target=TREND&cn=6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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