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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1부에서는 초끈이론이 나오기까지의 배경 및 대략적인 개념 등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번 2부에서는 초끈이론이 지향하는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의 가능성 및 그 의미, 초끈이론의 발전 과정과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만물의 이론이란 물질의 궁극과 힘의 근원을 포함하여, 그야말로 우주와 자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이상적인 이론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그것을 성공적으로 밝혀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물리학자들은, 조물주가 우주를 만들 때에 여러 가지의 이론을 동원하여 얼기설기 짜 맞춘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궁극적인 이론을 통하여 아름답게 창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믿음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물질에 작용하는 힘에는 궁극적으로 모두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즉 우리에게 친숙한, 만유인력을 설명하는 중력, 전기와 자기가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전자기력,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주는 강력, 방사능 붕괴를 일으키는 약력이 그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이 네 가지의 힘을 하나로 통합하여 설명하려는 시도가 곧 통일장 이론(Unified Field Theory)이며, 이는 곧 만물의 이론에 다가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중 전자기력과 약력은 1979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와인버그(Weinberg, Steven)와 살람(Salam, Abdus)에 의해 전자기-약력이론으로 통합되어 통일장 이론의 가능성을 한층 올린 바 있다. 또한 19세기 후반에 맥스월(Maxwell, James Clerk)은 이전까지 별개라고 생각되어 오던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합하여 전자기법칙을 밝힌 것도 일종의 성공적인 통일장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뉴턴이 태양, 천체의 운동 등 천상의 세계에 작용하는 역학과 지상에 작용하는 역학이 동일함을 밝혀서 만유인력과 운동의 법칙을 세운 것도 오늘날의 통일장 이론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물리학은 통일장 이론, 그리고 만물의 이론에 보다 한발씩 다가섰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전자기력, 강력, 약력의 세 힘이 아주 가까운 거리 내에서는 하나의 힘으로 기술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하나 남은 중력만큼은 다른 힘들과 달리 통합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초끈이론에서는 입자를 하나의 점이 아닌, 약간의 크기를 갖는 끈으로 보기 때문에 중력까지도 하나의 힘으로 통일하여 기술하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초기의 초끈이론은 광자와 중력자 등을 끈의 진동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자연계를 무려 26차원으로 기술하였다. 그 후 16차원이 숨어버린 10차원의 자연계를 설정한 초끈이론은 기술적인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발전하였으나,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형태의 이론이 나옴에 따라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였다. 통일장 이론, 혹은 만물의 이론이 다섯 가지나 된다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기대에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5년 이후 프린스턴 고등연구원의 위튼(Edward Witten) 박사가 기존의 다섯 가지 이론이 근본적인 차이가 없음을 밝히고 이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단일한 이론체계로서 이른바 ‘M이론’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M이론은 우주의 기본 구성 요소를 끈에서 막(Membrane)으로 확장시키는 이론인데 여기서 M은 막 이론(Membrane theory), 신비로운(Magic, Mystery)이론, 모든 이론의 어머니(Mother theory)등을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연과 우주의 근원이 물질과 힘이 아닌, 끈과 막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고 믿는 초끈이론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가 하나 있다. 수학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제적인 증거가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끝내 실험을 통해 끈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면, 초끈이론은 그냥 아름다운 수학적 이론에 머물거나, 과학이 아닌 철학의 차원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초끈이론의 발전에는 우리나라의 물리학자들도 활발한 연구를 하면서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서울대 물리학부 조용민 교수는 초기의 끈이론과 관련이 있는 ‘칼루자-클라인’ 이론의 발전에 공헌했고, 고등과학원 이필진 교수는 M이론의 정체를 밝히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부의 이수종 교수는 초끈이론에 관한 그간의 연구업적을 인정 받아 한국인 최초로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국제이론물리연구센터(ICTP)에서 수여하는 ‘2001년 ICTP상’ 수상자가 된데 이어, 올해에는 독일 훔볼트재단이 수여하는 2004년도 베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도 만물의 근원을 밝히는 초끈이론에 관한 세계적인 업적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