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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이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뒤덮은 해변과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물고기와 새, 바다에 둥둥 떠 있는 플라스틱산은 인류가 편리를 위해 소중한 터전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뒤늦게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자며 빨대나 포장 용기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자연스레 녹거나 썩는 물질로 교체하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다. 더구나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마스크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마스크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질은 땅에 묻어도 썩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따져도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 2.3일당 마스크 1개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하루에 폐마스크가 2000만 개 나온다고 하면 연간 73억 개 이상이 쓰레기로 나온다. 그렇기에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썩거나 녹는 생분해성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해 왔다. 자연스레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또는 메탄으로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생물체에서 유래한 물질에서 발효 과정을 통해 고분자 단량체를 뽑아낸 뒤 중합해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나오는 전분을 발효해 젖산을 만들고 이를 중합해 제조하는 폴리 젖산이Polylactic Acid, PLA)이다. 다른 하나는 석유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역시 생물체 유래 물질인 PLA다.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안전하나 게다가 아기가 물거나 빨아도 유해물질이 없어 안전하다. 공기가 잘 통해 플라스틱 비닐보다 과일이나 야채가 더 신선하게 유지되기도 한다. 사진 1. 많은 과학자와 기업들은 자연스레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상용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이미 폴리 젖산 같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가 있는데, 왜 잘 안 쓰일까? 그것은 예상외로 폴리 젖산의 분해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PLA는 땅에 묻으면 퇴비처럼 자연스럽게 썩는다. 하지만 온도는 58도 이상, 수분은 70%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춰야지만 반년에 걸쳐 90% 이상 분해된다. 그렇기에 과학자들은 PLA가 좀 더 쉽게 분해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쉬팅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재료과학 및 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물만 있으면 상온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쉬팅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플라스틱은 땅에 묻고 따뜻한 물만 부으면 상온에서도 일주일 만에 80%가 분해된다. 게다가 물의 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분해 속도는 빠르다. 온도를 50도까지 올리면 6일 이내 완벽한 분해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플라스틱 제작 단계에서 PLA를 잡아먹는 효소를 넣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뜻한 물에 있는 효소가 PLA의 단단한 구조를 풀어줘 분해가 더욱 빨리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랭 마르티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 연구팀 역시 폐프라스틱을 10시간 안에 90% 이상 분해하는 효소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에 공개했다. 이 효소를 현재까지 보고된 그 어떤 효소보다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았다. 게로 플라스틱을 만든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바이오 물질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연구도 있다. 2019년 한국화학연구원 황성연 박사 연구팀은 게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으로 친환경 비닐봉지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게 키토산을 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수준으로 가늘게 뽑아낸 뒤 이를 목재 펄프에 첨가해 가로세로 30㎝ 크기의 비닐봉지로 만들었다. 이 봉지를 땅속에 묻었더니 6개월 내에 모두 분해되는 성과를 얻었다. 키토산으로 만든 비닐은 장점이 많다. 환경호르몬 배출 문제가 없는 데다가 항균 기능도 하기에 식품이 부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키토산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토산이 들어간 비닐과 폴리에틸렌 성분의 일반 비닐을 나란히 대장균에 노출시켰는데 48시간이 지나자 기존 비닐은 대장균이 거의 죽지 않았지만 친환경 비닐의 대장균은 90%가 사라졌다. 사진 2.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개발한 키토산으로 만든 비닐. 키토산 덕분에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출처: 한국화학연구원) 현재 가재와 게 등 갑각류의 껍데기에 있는 키틴 및 키토산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영국 왕립예술대와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공동 연구진은 분쇄기를 이용해 게 껍데기를 곱게 부순 다음 식초로 녹여 키틴을 추출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키틴에 열을 가해 원하는 형태의 플라스틱 용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아예 쉘워크라는 스타트업을 세워 키틴으로 제작한 플라스틱 컵과 그릇 등 일회용기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의 잘못을 되돌리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란 없다. 친환경 플라스틱이 점점 진보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도록 정책적으로 부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미래 세대도 깨끗한 지구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글: 정원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