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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기상 특보를 알려드립니다. 19시간 전 대규모 태양 흑점 폭발이 있었습니다. 우주 기상국은 흑점 폭발의 영향으로 G-5급 지자기 폭풍이 일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G-5는 최상급 지자기 폭풍으로 지구 대기권에서 활동하는 위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각급 위성들은 궤도를 조정하고 안전모드로 운행 중이며 GPS 등 위성 관련 일부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극지방으로 가는 비행기는 태양에서 방출된 방사능에 노출될 위험이 있으니 가능하면 운행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극지방에서는 지자기 폭풍의 영향으로 아름다운 오로라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상 기상특보를 마칩니다.”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맑을지 흐릴지를 확인하는 것처럼 우주의 날씨 예보가 일상 생활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사는 곳의 일도 아닌데 우주에 태풍이 불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며 배짱을 부릴 일이 아니다. 지구를 도는 위성의 개수는 수천 여 개, 우리는 이미 우주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는 우주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30여 개의 전문 기업이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도 태양 활동 정보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이 생겨났다.우주에서는 물론 지구처럼 비가 온다거나 구름이 낀다든가 하는 날씨는 없다. 우주의 날씨를 좌우하는 것은 태양이다. 태양은 지름이 지구의 100 배, 질량은 33만 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를 갖고 있다. 태양이 수소 핵융합으로 1초에 생산하는 에너지는 미국이 9만년 동안 쓸 에너지에 맞먹는다. 이 태양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종류의 폭발이 우주의 날씨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태양 폭발은 1초에 수백 km에서 2천 km에 이르는 고속의 고에너지 입자들을 우주에 방출한다. 플레어(flares), 코로나(corona) 물질 분출 등 태양의 폭발 결과, X-선과 같은 빛이나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분출되어 지구로 향하게 되면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 위성의 정밀 기기가 고장을 일으키거나 무선 통신이 두절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지자기 폭풍, 방사선 폭풍 등으로 부른다.비행기 궤도 이탈이나 원인 불명의 대규모 정전사태, 수수께끼 같은 기차 탈선 등의 원인도 이러한 태양의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광물 탐사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에 오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통신 두절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인체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고공비행을 하는 비행사나 승객은 태양에서 오는 고에너지 입자에 의해 방사능에 노출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우주 공간에 있는 인공위성. 큰 규모의 지자기 폭풍이 일어나면, 우주선이나 위성의 대기 끌림 현상이 증가되어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인공위성은 태양전지를 이용해 태양빛을 에너지로 바꾸는데, 태양 전지판은 매우 민감한 반도체로 이루어져 있어 태양 폭발의 결과로 대규모 태양입자 방출이 있을 경우에는 반도체 물질의 성능이 저하돼 태양전지의 수명이 감소된다. 또한 최신 위성일수록 집적화된 크기가 작은 회로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의 기상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한편, 현재의 우주 기상에 대한 연구는 ‘예보’ 보다는 ‘관측’에 집중하고 있다. 관측은 지상에서의 태양 관찰과 위성을 통한 X-선, 극자외선 관측이 있다. 우주 공간에서 태양의 활동과 태양과 지구 사이의 공간의 상태를 탐지해주는 과학 위성으로는 POLOR, WIND, SOHO 등이 있다. 우주 기상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언제 태양의 폭발이 일어날 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발생한 폭발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시간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X-선과 같은 빛은 8분 안에 지구에 도착하지만, 입자의 경우는 수 시간에서 수 일이 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태양의 폭발이 지구 표면에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지구 자기장 관측기나 지구 이온층 관측 등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은 태양 활동의 비밀은 미지의 세계다. 앞으로 태양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진다면, 언제 폭발이 일어날지 언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등에 관한 아주 상세한 ‘우주 기상 특보’를 듣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학향기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