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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항암 물질연구단 연구팀이 울릉도 토종 희귀 미생물(방선균)로부터 새로운 항말라리아 물질을 발굴했다고 6일 밝혔다. 방선균은 토양·식물체·동물체·하천·해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세균이다. 외생포자를 만드는 점에서 곰팡이(진균)와 비슷하나, 원핵세포를 가지는 특징을 보인다. 다양한 구조의 저분자 화합물을 생산하는 방선균은 수십년간 신약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생물자원으로 활용됐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무라 사토시 박사와 윌리엄 캠벨 박사 연구 결과로 탄생한 항 기생충 약 이버멕틴(Ivermectin)과 아버멕틴(Avermectin)은 방선균 대사산물에서 유래했다. 다만, 분리나 배양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제한적인 조사만 할 수 있다. 생명연 연구팀은 이제껏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던 신규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울릉도 흙을 이용했다. 국내의 다양한 자연환경이 미생물 자원 확보에 쓰였으나, 울릉도 토양에 서식하는 방선균 생리활성물질 생산 능력은 기존에 조사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매우 느리게 생장하는 균을 울릉도 흙으로부터 선택적으로 분리했다. 실험실에서 희귀 방선균 배양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세균 성장을 돕는 특수 물질(선별 배지)을 도입했다. 분리한 균을 통상적인 미생물 배양보다 매우 긴 기간에 걸쳐 배양한 이후 배양 추출액 성분조사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희귀 방선균(Catenulispora sp. KCB13F217) 배양액으로부터 4종의 신규 화합물을 찾아냈다. 새 화합물에는 희귀 방선균 속명을 따 ‘카테누리스포로라이드 A∼D’(catenulisporolides A∼D)라는 이름이 붙었다. 생리활성 검정 결과 카테누리스포로라이드는 세포독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열대열원충(Plasmodium falciparum 3D7)에 대해 저해 활성을 보였다. 열대열원충은 사람에 기생하며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생생물 중 하나다. 아울러 해당 화합물 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형시킨 유도체 물질은 클로로퀸 저항성 열원충에 대해 우수한 저해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치료제다. 쉽게 말해 말라리아약을 듣지 않게 만드는 기생충을 저격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안종석 항암 물질연구단장은 “울릉도 토양으로부터 희귀 미생물을 분리해 신규 이차 대사산물을 뽑아낸 것”이라며 “국내 중요한 자원으로서 울릉도 토양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성과”라고 말했다.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제공동연구사업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문연구단 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오가닉 레터스’(Organic Letters) 11월 호에 실렸다. |